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회초 2사 1루 전준우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은 있는데, 저도 먹고 살아야죠.”

정수빈은 28일 잠실 롯데전을 마친 뒤 환하게 웃었다. 1회와 6회, 두 번의 멋진 다이빙 캐치를 선보였다. 호수비는 롯데 공격의 흐름을 차단했고, 두산은 바로 이어진 6회말 쐐기점을 뽑은 끝에 3-2 승리를 안겨다줬다.

공교롭게 정수빈이 몸을 날려 잡아낸 두 타구는 모두 롯데 전준우의 타구였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타구의 주인을 미처 기억하지 못할 것도 같았지만,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은 “두 타구 모두 (전)준우 형의 타구라는 걸 알았다”며 “전에 부산에서도 준우형 공을 한 번 잡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지난 4월11일 사직 롯데전 5회말 2사 만루 때 나온 전준우의 좌중간 타구를 몸을 날려 건져냈다. 두산은 정수빈 덕에 2-0 리드를 지킨 채 5회를 끝냈고 결국 5-1 승리를 거뒀다.

정수빈은 “준우 형의 타구만 잡아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는 전준우의 안타를, 그것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3개나 놀라운 수비로 걷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정수빈은 “경기는 경기이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수비에서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지난해 경찰 복무를 마친 뒤 정수빈은 믿을 수 없이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으나 올해 한 풀 꺾인 까닭도 크다. 정수빈은 지난해 정규시즌 26경기에서 타율 0.367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뽑아내는 등 공·수에 걸쳐 맹활약했다. 하지만 정수빈은 올 시즌 타율이 0.242에 머물러있다.

감독 벤치 클리어링 이후 2달여만인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다시 만난 롯데 공필성 코치가 두산 정수빈을 안으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정수빈은 “두달 전 롯데전에서 맞은 사구를 오늘 신경쓰지는 않았다”며 “타격이 잘 안되니 수비에서만큼은 팀에 도움이 되려한다. 그래서 더욱 수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이빙 캐치 후 아플게 두려우면 그런 수비를 할 수 없다. 다칠 것 같은 상황이 아니면 아픔을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수비하려 한다”고 했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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