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카잔의 기적’ 축구대표팀 귀국
신태용 감독 “선수들 투혼과 밤늦도록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손흥민 “약속 못 지켜 아쉽지만 독일전에서 한국 축구 희망 봤다”
조현우 “K리그에서도 최선 다할 테니 경기장 많이 찾아주셨으면”
“수고했어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전 대회 우승팀 독일에 승리하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게이트로 들어서는 순간, 한 시간도 넘게 서 있던 축구팬 수백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영국으로 먼저 돌아간 기성용(29·스완지시티)을 제외한 전원이 하나씩 보였지만, 붉은악마 응원 머플러를 둘러맨 단복 차림의 신태용 대표팀 감독(48)과 태극전사 22명은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채 털어내지 못한 듯 얼굴이 다소 굳어 있었다. 그러나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고, 골키퍼 조현우(27·대구)처럼 손을 흔들며 환대에 응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인파 사이로 “정몽규는 물러나라” “신태용 어디 갔어?”라는 외침과 함께 계란 3개와 성인 다리 길이의 대형 쿠션이 날아들기도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이물질에 맞지는 않았고, 다수의 팬들이 외치는 격려의 함성에 소동은 묻혔다.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강호 독일을 상대로 잘 싸운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4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직후와는 사뭇 달랐다.
신 감독은 “(16강전을 치른 뒤인) 7월에 귀국하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해 많이 아쉽다”면서도 “선수들의 투혼이 없었다면, 또 밤늦은 시간 응원해준 팬들이 없었다면 ‘1%의 기적’에 비견되는 독일전 승리는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선수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한 손흥민(26·토트넘)은 “출국 전에 했던 말을 지키지 못해 아쉽지만 독일전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을 봤다”고 했다.
조별리그 스웨덴전 패배는 감독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의 경기력이 독일·멕시코전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스웨덴은 축구 스타일이 다르기에 준비 역시 다를 수밖에 없었다”며 “작은 실수로 내준 페널티킥이 없었으면 이길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처음 경험한 선수들이 스웨덴전에 긴장했던 게 아쉬웠다”고 했다.
대회 개막 전후로 이어진 줄부상도 신 감독에게는 미련으로 남았다. 신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아 구상했던 포메이션을 실전에 선보이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특히 권창훈이 함께했다면 손흥민이 더 많은 것을 보여줬을 것”이라고 했다. 권창훈(24·디종)은 프랑스 리그에서 11골을 넣으며 한국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달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신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 “대회가 끝난 직후 귀국길에 올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스스로도 마음이 ‘왔다갔다’ 하고 정리가 안됐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신 감독은 향후 한국 축구의 선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이 많지만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하다”면서도 “큰 무대에서 선수들이 부딪치고 싸우면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대회보다 기쁨과 아쉬움이 모두 컸던 월드컵을 마친 선수들은 다음 여정을 기약했다. 병역 문제 해결이 시급한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대표는 내 의지만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구단과는 출전에 대해 이야기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조현우는 “K리그에서도 최선을 다할 테니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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