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대 개발 ‘스누버’ 국내 첫 도심 일반도로 자율주행
앞에 가던 시내버스가 멈추자 뒤따르던 차도 멈춰 섰다. 차량 간 간격은 10m로 다소 멀었다. 이윽고 뒤차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간격은 8m, 6m, 4m, 2m로 점점 가까워졌다. 마치 초보운전자의 도로주행 같지만 뒤차의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대도 잡지 않고 있었다. 이 차는 서울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정보기술)연구센터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스누버의 첫 공식 자율주행을 실시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자율주행차가 서울 도심의 일반도로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일부 구역을 제외한 전국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용하도록 관련 법 시행령을 고치면서 자율주행차의 도심 주행길이 열렸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도심을 시험주행했을 뿐 국내 도심 시험주행은 없었다. 2015년 11월 처음 개발된 이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도로만 총 2만㎞를 달렸던 스누버는 약 한 달간 여의도에서의 비공개 자율주행을 거쳐 이날 공개 자율주행에 나섰다. 서울대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업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복잡한 일반도로 자율주행을 목표로 스누버를 개발했다.
이날 스누버의 자율주행은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은 연구원이 특정 차선까지 진입한 뒤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면서 시작됐다. 스누버는 사전에 입력된 정밀 지도 등 도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의도 내 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50㎞로 달리기 시작했다. ‘초보운전자’ 티를 냈지만 시내버스와 신호등 앞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스누버 차량 윗면에 설치된 4대의 라이다 센서가 주변 물체의 형태를, 차량 내부 룸미러 부근에 설치된 2대의 카메라 센서가 색깔을 인식해 외부 장애물이나 신호등을 감지,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서강대교 남단 앞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기 전 옆면에 다른 차가 근접하자, 다른 차를 먼저 보내고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다만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 와중에도 깜빡이는 직접 켜야 했다. 서울대는 스누버보다 나중에 개발한 또 다른 자율주행차 ‘스누비(SNUvi)’는 깜빡이도 자동으로 켜진다고 밝혔다.
스누버는 일직선 차로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달렸다. 다만 ‘S’자 형태로 다소 굽은 차선은 정확히 맞춰 달리지 못했다. 갑자기 차로를 변경한 차량이 앞에 끼어들자 순간적으로 멈추기도 했다. 운전석에 타고 있던 계동경 연구원(29)은 “사람이 운전할 때는 급정거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스누버가 끼어드는 차를 상대적으로 늦게 인식한 뒤 갑자기 멈추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누버가 국회의사당 반대편에 도착하면서 12분간 진행된 첫 공개 자율주행이 끝났다. 이날 스누버는 국회의사당 앞 도로와 여의도공원 앞 도로 등 5㎞ 구간을 시계방향으로 20차례가량 돌았다. 스누버는 올해 말까지 시험주행을 할 계획이다. 지하차도를 비롯한 여의도 내 다른 도로 구간도 달려 여의도 내 전 구간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인 서승우 교수는 “여의도가 다른 서울 시내에 비해 비교적 격리된 곳인 데다 직선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첫 도로 시범운행지로 결정했다”면서도 “그러나 버스환승센터의 버스 진·출입, 수십명의 보행자 이동 등 변수가 많았고, 경전철 건설 공사 중인 구간은 도로 환경이 매주 바뀌면서 시험주행 난도가 예상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미국자동차공학회가 분류한 자율주행 기술 5단계 중 스누버는 현재 ‘지정된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4단계라고 했다. 그는 “4단계 자율주행차량 시제품은 앞으로 2~3년 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차량 양산은 그보다 3~4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누버의 목표는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다. 서 교수는 “5단계 자율주행이 10년 내에 현실화하긴 쉽지 않아 보이지만, 해당 차량이 상용화된다면 격무에 시달리는 택배·물류기사들의 근무 여건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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