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그만둔 30대 남성이 생활비를 마련하려 서울 관악구 고시촌 독서실에서 10여차례 수험서적을 훔쳐 팔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5월 17차례에 걸쳐 독서실 책상 위에 놓인 행정고시 수험서 등 54권을 훔친 뒤 중고로 판 혐의(절도, 건조물침입)로 ㄱ씨(33)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 또한 ㄱ씨가 판 물건이 훔친 물건인줄 알면서도 사들인 혐의(장물취득)로 이모씨(48) 등 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ㄱ씨는 지방의 한 대학교를 중퇴한 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연이은 낙방에 지난해부터는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ㄱ씨는 수험 생활 동안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았으나, 고시 준비를 포기한 이후에는 ‘손을 벌리기 미안했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받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ㄱ씨는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가다 모아둔 돈마저 떨어지자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고시생들이 무거운 책을 독서실에 두고 다니는 점을 노려 상태가 깨끗한 책은 권당 2만원, 상대적으로 상태가 불량한 책은 권당 1만원꼴로 팔아넘겼다. ㄱ씨는 독서실 책상위에 놓인 태블릿 PC 아이패드도 훔쳤으며, 독서실 앞에 쓰러져 있던 취객이 지닌 지갑과 핸드폰도 한차례 훔쳐 팔았다. ㄱ씨가 훔친 물품의 가격은 총 422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독서실에서 고시 수험서가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하던 중 비슷한 수법의 범행이 수차례 반복된 것을 확인하고 탐문 끝에 ㄱ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ㄱ씨와 이씨 등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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