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MB 때 무산…2012년 박근혜 대선공약으로 다시 쟁점화
ㆍ갈등 부추긴 박 대통령, 신공항 언급 안 해…“무책임” 비판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21일 다시 ‘백지화’됐다.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1년 4월 ‘경제성이 없다’며 무산됐던 신공항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대선공약을 통해 되살려냈지만, 이날 발표로 5년여 만에 두 번째 백지화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현 여권 주도로 ‘신공항 대선공약→백지화→대선공약→백지화’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동안 영남이 절반으로 갈라지는 등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국력만 낭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용역을 맡은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회’에서 부산 가덕도나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보다 현재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는 김해공항 확장방안을 두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안전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존시설과 기존의 접근성을 누릴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구 수요량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기존 시설을 파괴·제거해야 하는 필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평가점수에 따르면 김해공항 확장안은 1000점 만점에 81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밀양 2개 활주로안(683점), 밀양 1개 활주로안(665점), 가덕도 1개 활주로안(653점), 가덕도 2개 활주로안(581점) 순이었다.
슈발리에는 가덕도를 두고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 자체도 어렵다. 국토 남쪽 끝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문제가 된다”고 했으며, 밀양에 대해서는 “여전히 접근 가능성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대형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3200m 활주로 1본과 28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국제터미널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비 4조1700억원이 투입된다. 이렇게 되면 김해공항은 3800만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김해공항 확장은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뒤 내년 기본계획과 설계를 거친다. 2021년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이 목표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발표문을 통해 “정부는 이번 용역결과가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후속조치를 논의한다.
하지만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가 타당성 용역을 외부 기관에 맡겨놓은 후 ‘대구·경북 대 부산’ 간 지역갈등이 극점으로 치달을 때까지 갈등관리를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결과 발표 직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공항과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권 주류 ‘원죄론’도 제기된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무산됐던 신공항을 2012년 대선 때 공약으로 되살려놓고 다시 백지화함으로써 불필요한 지역갈등을 초래하는 등 국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영남권 표를 얻겠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신공항 공약을 해외 용역기관 손을 빌려 공수표로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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