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렌탈 패밀리 :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결혼식에 모여 부부의 출발을 열렬히 축복했던 하객들이 식이 끝난 후 데면데면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더라는 이야기. 누군가 가족을 대행한다는 건 이미 비현실적인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디즈니+ 영화 <렌탈 패밀리 : 가족을 빌려드립니다>는 그래서 낯설지 않은, 달리 말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하철 차창 밖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동양인들이 앉은 긴 의자 사이에 덩치 큰 외국인이 앉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필립’(브랜든 프레이저)이 일본에서 겪는 좌충우돌을 예고하는 셈이죠.

필립은 일본에서 7년째 활동 중인 미국인 무명 배우입니다. 일본에 처음 와서 찍은 치약 광고 외엔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건 없고, 틈날 때마다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게 그의 일상입니다. 어느 날 그에게 ‘슬퍼하는 미국인’ 역할이 들어옵니다.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찾아간 곳은 장례식장입니다. 뚜껑이 없는 관을 한가운데 놓고 검은 옷의 사람들이 추모사를 읽으며 슬퍼하는데, 웬걸, 관 속의 시신이 밖으로 빼꼼 얼굴을 내밉니다.
장례식을 마친 뒤 밖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유족들과 아까 그 시신이 꾸벅 인사를 건넵니다. “이런 기분은 처음입니다…덕분에 자존감을 되찾았어요”라는 말과 함께요. 장례식을 찾아온 조문객을 통해 고객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렌탈 패밀리’라는 회사가 만든 ‘가짜 장례식’ 이벤트였던 겁니다. 사장인 ‘신지’(히라 다케히로)는 ‘백인에 대한 수요도 있다’며 필립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합니다.

필립은 곳곳에서 활약을 시작합니다. 여자친구를 부모님께 숨기고 사는 레즈비언의 가짜 외국인 신랑 역할을 맡아 결혼식을 치릅니다. 유명 사립학교에 혼혈 딸 ‘미아’(섀넌 고먼)를 보내려는 어머니의 요청에 아버지를 연기하고, 늙은 명배우 ‘하세가와 키쿠오’(에모토 아키라)의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딸의 요청에 따라 키쿠오를 밀착 인터뷰하는 기자가 됩니다. 오타쿠의 게임 친구. 주점에서 일하는 여가수의 팬… 상황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여러 역할을 하며 필립은 종횡무진합니다.
필립과 미아와의 관계가 극의 중심을 이룹니다. 미아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갔다고 생각해 첫 만남에서 필립을 차갑게 대하죠. “대신 다시는 안 떠난다고 약속해요.” 미아가 내미는 새끼손가락을 건 필립은 아빠 역할로 사립 학교 면접을 보기 위해 한국에서 들어온 캐스팅 제안도 마다합니다. 미아는 아빠 연기 중인 필립을 엄마보다 더 따르며 전화와 문자메시지도 주고받는 사이가 됩니다. 필립은 학교 면접 후 해외 출장을 간다며 미아와 헤어지는데, 미아는 TV를 보다가 필립이 외국인 연기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필립은 치매를 앓는 키쿠오를 따라 그의 고향을 가족들 몰래 가기도 합니다. 요코하마에서 규슈의 아마쿠사까지, 1000㎞가 훌쩍 넘는 긴 여정입니다. 그런데 키쿠오를 납치했다고 여긴 딸의 신고로 필립은 경찰에 끌려가게 됩니다. 사장 신지는 필립에게 화를 냅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일을 하면 될 뿐, 필립이 키쿠오의 요청을 다 들어주다가 회사가 궁지에 몰렸다면서요. 미아에게도, 키쿠오에게도 진심이었던 필립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신지와 다른 직원들의 마음에도 작은 파문을 남깁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따뜻합니다. 그 와중에 일본 사회의 보수적인 면도 보입니다. 양친이 다 있어야 진학할 수 있다는 극 중의 명문 사립학교, 렌탈 패밀리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불륜녀 대리’라는 점 등이죠. 불륜을 들킨 남편이 아내에게는 진짜 불륜녀를 보여주지 않고, 가짜 불륜녀 역할을 맡은 렌탈 패밀리 직원을 대면시키는 겁니다. 의뢰인의 요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장과 달리, 누구에게나 진심인 필립에 공감했던 직원 ‘아이코’(마리 야마모토)는 불륜녀를 대리하던 중 의뢰인과 그 아내 앞에서 모든 진실을 알리고 자리를 뜨기도 합니다. 그 여파인지 렌탈 패밀리는 결국 불륜녀 대리 업무만큼은 그만두기로 합니다.
구성이 치밀한 영화는 아닙니다. 매체에 얼굴을 파는 배우인 필립의 정체가 언젠가는 드러날 텐데, ‘저렇게 의뢰인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도 될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곤 합니다. 국내 평론가들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도, 영화가 주는 따뜻함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미이라> 시리즈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주연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도 감동을 배가시킨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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