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스클로저 데이>의 주인공 ‘다니엘’(조쉬 오코너)과 ‘마거릿’(에밀리 블런트)는 진실을 폭로하기 위해 워덱스로부터 도망친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이 리뷰에는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파벨만스> 이후 4년 만에 감독한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의 한국 포스터에는 이 문구가 쓰였다. 제목을 직역하면 ‘폭로의 날’인 이 영화는 10일 개봉을 앞두고 내용과 설정을 거의 알리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유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에서 언급한 ‘진실’은 ‘20세기부터 미국은 외계인과 만났고, 미국 정부는 그 외계인을 강제 심문해 그들의 기술을 탈취했다’ 정도다. 영화는 이와 관련된 기록을 소장·은폐하고 있던 가상의 기관 ‘워덱스’ 출신의 박사 ‘다니엘’(조쉬 오코너)이 자료를 빼돌린 후 방송을 통해 공개하는 과정을 다룬다.

주인공인 다니엘과 ‘마거릿’(에밀리 블런트)은 어린 시절 외계인을 통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 다니엘은 수학적 능력을, 마거릿은 언어적 능력을 갖게 됐다. 일찍 능력이 발현돼 워덱스에 입사한 다니엘과 달리 방송국에서 기상 캐스터로 일하던 마거릿의 능력은 뒤늦게 발현된다. 마거릿은 기상예보 중 의도치 않게 외계인의 언어를 말하게 되고, 워덱스의 추적 대상이 된다.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에서는 진실을 폭로하려는 주인공들을 정보 기관 ‘워덱스’의 수장 ‘노아’(콜린 퍼스·가운데)가 쫓는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영화는 ‘진실의 내용’이 무엇인지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다니엘과 워덱스 내 동조자들이 자료를 빼 오는 과정도, 진실이 폭로된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도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에는 외계의 기술로 만든 한 물건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 물건을 만지면, 그 대상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의 시선을 공유하거나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주요 도구인 이 물건의 이름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언급되지 않는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사슴이나 미스터리 서클 같은 상징도 영화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진실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는 워덱스와,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립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워덱스의 수장 ‘노아’(콜린 퍼스)는 “워덱스의 존재 이유는 우리가 아는 진실을 인류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야. 그 진실은 온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릴 거야”라고 말한다. 다니엘의 여자친구인 ‘제인’(이브 휴슨)은 다니엘에게서 진실이 담긴 영상을 본 뒤 “신을 믿는 사람들이 외계인을 보고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걱정한다.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의 주인공 ‘다니엘’(조쉬 오코너)은 진실을 폭로하기 위해 워덱스로부터 도망친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다니엘의 상관으로 진실 폭로를 주도한 ‘휴고’(콜먼 도밍고)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노아에게 말한다. “자신이 본 걸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어린애 취급하고, 그들의 의문을 잔인하게 억누르고, 강압적으로 조롱하고, 심지어 놀랄 권리조차 빼앗았지.” 수녀 ‘마우라’(엘리자베스 마블)는 유일신 세계관이 흔들리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제인에게 “신이 인간만을 창조했겠느냐”고 되묻는다.

제인은 정부에서 외계인에게 주삿바늘로 약물을 투여하면서 심문하는 영상을 보며 놀란다.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지만 ‘그 외계인이 다른 대륙·인종의 ‘사람’이라면 어떨까’ 상상하게 된다. 때론 진실이 혼란을 초래하고 불필요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가려졌던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포스터.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스필버그는 외계인을 다룬 영화 <미지와의 조우>(1977)를 제작할 때 나사로부터 제작 취소를 요청받은 후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고, 이후에도 미국 정부가 ‘미확인 이상 현상’ 관련 내용 공개를 막아오던 모습을 보며 <디스클로저 데이>를 기획했다고 한다. 외계 문명에 대한 스필버그의 관심이 투영된 <미지와의 조우>와 <E.T.> 의 후속작으로 여겨진다.

워덱스가 다니엘과 마거릿을 쫓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차 추격 장면 등 액션신이 눈여겨볼 만하다. 차가 화물열차에 끼인 채 한참을 질주하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부딪힐 위기에 놓이고, 두 주인공이 탈출하려 몸부림치는 장면이 긴장감과 박진감을 자아낸다.

누군가의 눈을 보면 상대에 대해 알 수 있고 어떤 언어든 말할 수 있는 마거릿이 한국어로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다만 그가 하는 말이 명확히 들리지는 않는데, 주인공의 언어 능력을 강조하는 장치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다. 145분. 12세 이상 관람가.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