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왼쪽)와 브라질 네이마르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전후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왼쪽)와 브라질 네이마르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전후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아직 몸이 채 풀리지 않은 걸까.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초반 남미팀들이 줄줄이 부진에 빠졌다.

D조의 아르헨티나와 E조의 브라질은 1차전에서 나란히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아르헨티나는 첫 출전한 아이슬란드에, 브라질은 스위스에 각각 1-1로 비겼다. 스위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에 강호고, 아이슬란드도 유로 2016 8강에 오르며 이번 월드컵 돌풍을 예고했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해 유럽 무대를 휘젓는 공격진을 앞세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피지컬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상대수비에 남미의 화려한 개인기와 공간 창출 능력은 빛을 잃었다. 아르헨티나는 페널티 지역에 밀집한 아이슬란드 수비진에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메시가 수비수 두어명을 달고 빈 곳으로 패스를 찔러 넣고도, 아이슬란드 수비진이 공을 다시 뺏거나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을 다시 둘러싸는 장면이 여럿 나왔다. 메시의 페널티킥 실축은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브라질은 스위스의 거친 수비에 막혔다. 네이마르에게만 반칙 10개가 집중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잉글랜드의 앨런 시어러가 튀니지전에서 11차례 당한 이후 한 선수에게 집중된 가장 많은 반칙이었다. 브라질은 중원의 펠리페 쿠티뉴(바르셀로나)와 측면의 윌리안(첼시), 가브리엘 제수스(맨체스터 시티) 등을 앞세워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보려 했지만, 20개의 슈팅 중 유효슈팅이 4개에 그치는 등 결정력이 아쉬웠다.

치치 브라질 감독은 “스위스의 동점골 상황에서 스위스 선수가 우리 수비수를 미는 반칙이 있었다”면서도 “우리 슈팅이 너무 많이 골문을 벗어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스타 디에고 마라도나는 자국의 고전에 대해 ‘수치’라고 표현하며 “아이슬란드 수비진이 1m90의 장신인 걸 알면서도 대비가 안됐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이대로 아르헨티나에 돌아와선 안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 외에 C조의 페루, A조의 우루과이도 아쉬운 경기를 했다. 페루는 36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 본선무대 첫 경기에서 덴마크에게 0-1로 패했다. 페루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의 도움을 받아 얻어낸 페널티킥을 크리스티안 쿠에바(상파울루)가 놓친 뒤 여러 차례 골문을 두드렸으나 덴마크 수비와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레스터시티)에 막혀 열리지 않았다. 우루과이는 이집트를 상대로 후반 막판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와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이 함께 뛴 가운데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가 빠진 이집트를 상대한 경기라는 걸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남미 팀들이 2차전부터는 기대했던 모습을 되찾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