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오늘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제
ㆍ세 자녀 둔 아내 터전인 꽃집…문 대통령 방문 등 입소문
ㆍ스토리펀딩 목표 초과…주문한 손님들 “당신께” 선물도

<b>의인의 동상</b> 김관홍 잠수사의 1주기인 17일 전남 진도 ‘세월호 기억의 숲’에 세워질 예정인 김 잠수사의 동상. 연합뉴스

의인의 동상 김관홍 잠수사의 1주기인 17일 전남 진도 ‘세월호 기억의 숲’에 세워질 예정인 김 잠수사의 동상. 연합뉴스


“여기 꽃가게예요?”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꽃집 ‘꽃바다’를 찾은 한 손님이 물었다. 헷갈릴 만했다. 손바닥 두 뼘 정도 되는 작은 간판은 가게 모퉁이에 붙어 있고, 가게 주변에는 길어야 발목 높이 정도 자란 다육식물과 화분 몇 개가 둘러싸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꽃집은 특별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수중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트라우마로 인해 지난해 6월17일 갑자기 숨진 김관홍 잠수사 가족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김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씨(38)는 매일 아침 세 자녀를 등교시키고 가게 문을 연다. 홀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다 보니 꽃집의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한다.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주문을 받고, 다른 화원이나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자신의 가게에는 없는 대형 화환도 팔고 있다.

꽃집은 작지만 모이는 관심은 작지 않다. 지나가다 들르는 손님들보다 인터넷을 통해 주소를 확인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 많다.

김 잠수사를 다룬 소설 <거짓말이다>를 쓴 소설가 김탁환씨 등은 가족들을 돕기 위해 올해 초부터 ‘이왕 꽃을 주문하려면 꽃바다에서’를 모토로 ‘스토리펀딩’을 시작했다. 일정액을 내면 금액에 따라 소형·대형 화분이나 꽃다발을 받을 수 있게 한 이 스토리펀딩은 올해 말까지 200명의 후원자를 모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반년 만에 1000명이 넘게 모였다.

한 뼘짜리 작은 다육식물 화분이 놓인 진열장 한쪽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해 12월24일 가족들을 방문했을 때 사진이 놓여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로부터 받은 꽃바구니 사진을 올리며 “많이 이용해달라”고 썼다. 문 대통령의 방문은 김씨에게 가장 인상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가수 이승환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콘서트에서 김씨의 꽃집에서 산 장미를 관객들에게 돌렸다. 이것 역시 김씨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고마움이다. 김씨는 “방송인 김제동씨도 근조·축하화환을 보낼 때마다 꼭 우리 가게에서 꽃을 산다”고 말했다.

<b>부인의 꽃집</b>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 동참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지난해 6월17일 숨진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씨가 시민들의 도움으로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꽃집 ‘꽃바다’의 15일 모습.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부인의 꽃집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 동참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지난해 6월17일 숨진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씨가 시민들의 도움으로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꽃집 ‘꽃바다’의 15일 모습.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김씨는 또 경남 거제시에 사는 한 손님이 인상적이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인터넷 주문으로 금요일마다 ‘꽃바다’에서 꽃다발을 사 매 주말 전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상(평화의 소녀상)에 돌아가며 헌화한다고 했다. 자녀의 100일 선물로 이곳의 꽃을 주문한 손님, ‘서울 모처’로 꽃을 배달해달라 주문하고는 정작 김씨에게 선물한 손님들도 기억에 남아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꽃집 한가운데 놓인 목재 테이블을 만들어 도움을 줬다고 했다. 김씨가 지난 4월 지금의 위치로 가게를 옮길 때 유가족 중 한 분이 경기 안산의 목공소에서 직접 테이블을 만들어 준 것이다.

세 딸 친구들의 어머니들도 가끔 가게를 찾아 포장 작업 등을 도와준다고 김씨는 전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마침 김씨 자녀와 같은 학교 학부모로 보이는 어머니가 딸과 함께 꽃집에 들러 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많은 손님들이 ‘일부러’ 꽃을 사주신다”며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1년 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주는 충격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세월호 ‘의인’으로 불리는 김관홍 잠수사 1주기 추모제는 17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