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찰에 붙잡힌 ‘연세대 폭발물’ 용의자 범행 시인
서울 연세대학교의 교수 연구실에서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텀블러와 나사못, 기폭장치 등으로 만든 사제폭탄이 터져 교수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은 물론 군과 국가정보원까지 출동했다. 경찰은 범행 12시간여 만에 유력한 용의자로 해당 교수 소속 학과의대학원생 김모씨(25)를 사제폭발물 사용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4층에 있는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46)의 연구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근무하던 건물 경비원은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출입문 앞에 놓여 있던 종이 가방을 연구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안에 있던 상자를 열자 갑자기 터지며 불이 붙었다.
폭발 사고로 김 교수는 목에 1도, 가슴과 손 등에 2도 화상을 입어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해당 사제폭탄은 가로·세로 약 20㎝ 크기의 직육면체 종이상자로 내부에 건전지를 사용한 기폭장치가 붙은 텀블러가 있었다. 높이 16.5㎝, 직경 7㎝ 크기의 텀블러 안쪽에는 화약과 나사못 수십개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폭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텀블러 내 화약만 연소하고 나사못들은 튀어나가지 않아 피해가 적었다. 이 사제폭탄은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사용하는 ‘못폭탄’과 비슷한 구조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한국테러학회 회장)는 “IS의 폭탄 구조를 모방한 아마추어 수준의 폭탄이지만 안쪽에 나사못을 넣었다면 상대를 살상하거나 치명상을 입힐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전 8시45분쯤 사고 현장에 출동해 제1공학관 출입을 통제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추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대비해 무장한 경찰특공대가 사고 현장 주변과 연구실, 강의실, 실험실 등을 수색했지만 다른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폭발물분석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등 70여명과 폭발물 탐지견 8마리를 현장에 투입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제폭탄의 재질, 구조 등을 분석했다. 군 당국도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 20명을 투입했고 국가정보원 테러정보통합센터(TIIC)에서도 인력을 급파했다. 경찰은 폭발물이 담긴 상자가 택배로 배달된 박스가 아니어서 범인이 직접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제1공학관 등 교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하고 김 교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한 끝에 김 교수와 같은 과인 기계공학과 대학원생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날 오후 6시30분쯤 연세대 인근 주거지에서 임의동행해 조사 중 오후 8시23분쯤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통해 김씨가 사건 발생 전에 현장 근처에서 백팩을 메고 두차례 이동하는 것과 주거지 주변에 폭발물을 만졌을 때 사용한 장갑을 버리는 것을 확인했다”며 “수거한 장갑에서 화약 성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도 경찰에서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세한 범행 동기와 폭발물 제조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한 뒤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측은 사고 발생 후 40여분이 지난 오전 9시19분쯤 처음으로 긴급 문자를 발송해 제1공학관 내부 연구실로 들어온 교직원에게 신속히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고 공지했다. 이날 오전 제1공학관 앞은 사고 소식에 놀란 학생과 교직원 100여명이 몰렸다.
<허진무·윤승민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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