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이 성립되면서 국회 심사를 받게 됐다.
국회사무처는 14일 오후 4시42분부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국민 10만명 동의를 받아 성립됐다고 밝혔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인 2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24일 청원을 시작한 지 22일만이다.
국민동의청원은 시민이 국회에 법률 제·개정이나 폐지 등을 청원하는 것으로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청원 등록 후 30일 이내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다.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안은 이날 오후 5시20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기존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과 함께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돼 계류돼 있다.
앞서 A씨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입법 청원을 통해 “만 25년의 인생을 대부분 기득권으로 살아왔지만 6개월 전 (면접 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힘없이 바스라지는 경험을 했다”며 “누구나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차별과 혐오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김초엽 작가, 변영주 영화감독,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 등으로 구성된 ‘평등의 에코-100’가 이 청원에 동참했다. 지난 11일에는 주한 외국 대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 대응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는 “법 제정 이후 소수자와 소수민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며 “여러 혐오·차별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고 법적 구제를 요청할 수단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국가는 ‘평등법’, ‘인권법’ 등의 법을 통해 포괄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앞으로 관건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전보다 활발하게 할 수 있느냐다. 2007년부터 국회에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0만 시민들의 열망과 연대에 응답하기 바란다”며 “갖은 이유와 핑계를 대며 반대하거나 침묵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을 한발짝 나아가게 만드는데 함께할 것인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SNS에 “‘차별금지법은 시기상조’라는 고장난 레코드 같은 대답을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다. 이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충분히 성숙했다는 것을 이번 국민동의청원 성사로 확인했다”며 “국민 여러분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 요청드린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차별금지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제는 정말 국회의 시간이다. 노력하겠다”고 SNS에 글을 썼다.
오경민·윤승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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