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삼(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키움 선수들이 12일 창원 NC전에서 연장 11회말 승리를 확정한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키움히어로즈 제공

 

마무리 조상우의 부상 이탈로 키움은 원치 않던 불펜진 실험에 나섰다. 일단은 불펜진의 안정적인 계투를 바탕으로 연이틀 연장전 승리를 거두며 키움은 실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지난 11일 창원 NC전에 앞서 조상우가 빠진 불펜 운용 얼개를 밝혔다. 팀 내 홀드 1·2위를 달리는 필승조 김상수와 한현희의 역할은 그대로 둔채 7·8회 등 박빙 상황에 내고, 세이브 상황에 나오는 투수는 상황에 맞게 기용한다는 게 골자다.

실험은 이틀 연속 이뤄졌다. 11일 경기에서 키움이 6-8로 추격하던 7회부터 윤영삼-한현희-김상수를 차례로 냈고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키움 타선이 8회초 8-8 동점, 연장 10회초 9-8로 역전에 성공하자 키움은 좌완 오주원을 내 경기를 매조짓게 했다.

12일 경기도 전날과 비슷하게 전개된 가운데 키움은 같은 운용을 선보였다. 1-3으로 뒤진 6회말 무사 1·2루에서 계투진을 가동했다. 두번째 투수 김성민이 선행주자를 불러들여 점수가 1-4까지 벌어졌지만, 김성민(2이닝) 이후 한현희-김상수-오주원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키움은 박동원의 대타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11회초 김규민의 2루타로 5-4로 앞서자, 이번엔 윤영삼이 마무리로 올라 1이닝 퍼펙트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틀간 세이브는 오주원과 윤영삼이 하나씩 챙겼다. 그러나 팀이 동점을 만드는 동안 상대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한현희와 김상수의 공이 만만치 않게 컸다. NC는 홈팀인지라 경기 막판 한 점만 내도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두 투수는 세이브 상황보다 어려운 타이밍에 등판했고, 주자를 출루시키는 와중에도 끝내 실점을 막아냈다.

변화의 여지는 있지만, 일단 키움은 일단 7·8회 박빙의 상황을 노련한 투수에게 맡기는 데 방점을 찍고 불펜을 운영하기로 했다. 김상수는 지난 2년간 대체 마무리로 총 33세이브를 올렸고, 한현희는 홀드 1위를 두차례 기록할 정도로 필승조 경험이 많다. 두 투수보다 각종 지표가 더 좋은 투수들이 여럿있지만 김상수와 한현희는 조상우가 빠진 현재 키움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들이다. 장정석 감독은 “김상수와 한현희의 루틴에 갑작스런 변화를 주고 싶지 않다”며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역시 경험을 믿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또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김상수나 한현희가 6회에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중후반에 던질 투수를 정해놓고, 마무리를 유동적으로 맡기는 키움의 기용은 지난해 SK가 포스트시즌에 선보였던 불펜 운용과 유사하다. 당시 SK는 김태훈과 앙헬 산체스를 불펜 에이스로 활용하며 6~8회쯤 등판시켰다. 경기 말미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중후반 접전 상황 실점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었다. 조상우가 빠진 키움처럼 SK도 마무리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SK의 불펜 기용은 4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조했다. 키움도 비슷한 불펜 기용으로 상위권의 NC를 연거푸 이겼다. 키움은 조상우의 복귀가 빨라도 후반기가 시작되는 7월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의 불펜 실험이 전반기까지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만하다.

창원|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