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보고 “여당 무한 책임” 부동산특위 확대 관여 뜻

초선의원들은 “오거돈·박원순 피해자에 진정한 사과” 요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4일 쇄신 과제로 내건 ‘유능한 정책’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송 대표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았던 부동산·백신 정책을 우선 점검했고, 당의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해 확대 개편할 방침도 밝혔다. 당 지도부가 정책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재차 확실히 한 셈이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쇄신을 요구해온 초선 의원들과도 만났다. 초선 의원들은 송 대표에게 쇄신위원회 구성과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다. 정책적 난제 해결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송 대표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5·2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코로나19 백신·부동산 정책 관련 관계부처 보고를 잇달아 받았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삶을 무한 책임지는 자세로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해 부동산, 백신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가 당초 예정됐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을 미루고 정책 일정부터 소화한 배경에는 백신과 부동산 문제 해결을 통해 민심을 먼저 수습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다.

송 대표는 기존 부동산특위도 확대하며 정책에 보다 깊숙이 관여할 뜻도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책임질 수 있는 정책대안을 내기 위해 지도부가 부동산특위에 전문가를 추가하는 등 무게감을 두고 보강할 것”이라며 “진선미 위원장은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던 진 의원은 “아파트 환상을 버리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 안팎에서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1주택자 재산세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송 대표도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를 역설한 만큼 진 의원의 특위 위원장 사임은 당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조정되리란 신호로도 해석된다.

고 수석대변인은 백신 수급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도부가 백신 위탁생산 현장 등을 직접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와 간담회를 열고 초선 의원 16명으로부터 당 쇄신 의견을 들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새 지도부가 모든 민심을 듣고 대안을 마련하는 비상대책위원회처럼 운영돼야 한다는 점, 4·7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사건의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고 의원은 “지도부가 공감했고 잘 받아들여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재선 의원들과 만날 의사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의 이날 행보는 전날 “ ‘정책 과제’와 ‘당내 민주주의 강화 과제’가 완수되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송 대표가 두 가지 과제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하게 이뤄낼 수 있느냐다. 부동산·백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신속히 내놓고, 당내에서 지도부를 향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장인 3선의 윤관석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윤 의원은 당내 계파가 뚜렷하지 않은 인물로 분류된다. 송 대표와는 같은 인천을 지역구로 두고 송 대표의 인천시장 재임 시절 초대 대변인을 맡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

윤승민·김상범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