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좌완 이영준(28)은 지난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7회말 1사 1·2루에 등판했다. 키움이 3-2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필승조 한현희가 흔들리자 구원투수로 선택받았다. 좌타자들이 연거푸 나오는 상대 타순도 고려됐지만, 1점차 위기 상황에서 기용됐다는 것은 이영준에 대한 기대가 시즌 전보다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영준은 오른손 대타 김상수와 1번 박해민을 연거푸 삼진으로 잡아냈다. 결정구는 모두 시속 145㎞가 넘는 패스트볼이었다. 구종이 다양하지는 않음에도 이영준의 2017~2018시즌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38㎞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속구 평균구속을 143㎞까지 끌어올렸고, 때로 145㎞가 넘는 공을 뿌리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이영준의 올해 투구이닝은 19이닝. 지난 2년간의 투구이닝 합(10.1이닝)을 진작 넘어섰다.
프로에 갓 입단한 선수가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구속을 늘리는 경우는 적잖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영준처럼 30대 진입을 앞둔 선수의 공이 유의미하게 빨라지는 일은 흔치 않다.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영준은 구속 증가 비결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어떻게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해 조금은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지난해부터 2군 코치님들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봤다”며 “내가 팀에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야구가 잘 안되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고 질문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영준은 단국대를 졸업한 뒤 2014시즌 신인드래프트 때 2차 7라운드로 KT에 지명됐으나 시즌 후 방출당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거친 뒤 테스트를 통해 히어로즈의 육성선수가 됐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불펜이 두터운 팀이 아닌데도 이영준에게까지 기회가 자주 돌아오지는 않았다. 결정구도 마땅치 않은데다 프로에서 속구 최고구속이 140㎞ 초반에 그치는 등 뚜렷한 무기가 없던 탓이다.
이영준은 올 시즌 전 몸 만들기에 몰두하며 반전의 계기를 노렸다. 미국에서 진행된 1군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애썼다. 키움 코칭스태프가 “(이)영준이가 올 시즌을 앞두고 여느 때보다 야구하기 좋은 몸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제구에도 요령이 생겼다. 이영준은 “남들이 하는 운동을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나에게 많은 방법을 찾으려 했다”며 “전에는 투구할 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힘을 빼고 집중하며 공을 던지니 제구와 스피드가 모두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이영준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이영준은 “지금은 속구와 슬라이더만 던진다. 써클 체인지업을 장착하기 위해서 많이 물어보고 있다”고 했다. 그가 도움을 구하는 대상은 이번엔 후배 투수 최원태와 김성민이다. 아직 손에 익히는 게 쉽지는 않다. 이렇게 배우는 과정이 녹록치 않을 때도 있지만 이영준은 배움을 포기하지 않을 참이다. “오랜만에 좋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놓치지 않고 잘 잡아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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