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율·종부세 완화 논의 치중…당 지도부 우려
무주택자 디딤돌대출 등 한도·대상 확대안 ‘만지작’
‘83만 공급’ 2·4 대책 법안은 국회서 묶여 ‘후순위’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는 가운데 부동산정책이 각종 세금 완화와 대출규제 완화에만 치중돼 있고 ‘차질 없는 공급’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여당 내부에서 이 같은 지적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자칫 세금 및 대출규제 완화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에서 “부동산특위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며 “투기 억제와 공급 확대 등 가시적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이라는 국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의 논의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 범위를 줄이는 방안, 다주택자·단기 주택보유자 양도세 중과를 미루는 방안 등 세제 완화 위주로 흐르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강 최고위원은 이어 “2·4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이 앞장서 법적 뒷받침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만든 부동산특위는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한 이후 주로 세제·대출규제 완화에 관한 내용을 논의했다. 재산세율을 감면받는 1주택 가구의 범위를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 우선 논의됐다. 지난 12일 김진표 의원이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된 뒤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취득세 완화까지 논의 대상에 올랐다. 송영길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부터 무주택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까지 올리겠다고 언급하면서 대출규제 완화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의 대출 한도 및 대상 가구·주택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는 세금 부담을 떠안은 기존 주택 보유자들과 중산층 무주택자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주택 수요를 자극해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규제 완화와 충분한 주택 공급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전국에 주택 83만6000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2·4 대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개정돼야 할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라는 점이다. 인사청문회 정국에 이어 여야 관계가 당분간 냉각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합의를 통한 법안 논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에서 이를 의식한 듯 “부동산 세제와 대출규제는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세심하게 검토하겠다”며 “부동산 공급 확대, 투기 근절 입법, 부동산정책 조정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표 위원장도 이날 민주당 부동산특위와 서울 7개 구청장 간의 긴급현안회의에서 “2·4 대책과 3기 신도시 정책의 시장 반응은 좋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협력하겠다고 했다”며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에서 부동산정책 논의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숙고해 결정하되,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본적인 원칙은 조속히 결정하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출규제 및 종부세 완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정책이 일부 수정되더라도 가격 안정, 투기 근절, 안정적 공급이라는 정부의 3대 원칙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윤승민·이주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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