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1분기 상장사 실적 ‘반토막’

1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전광판에 이날 43.5포인트 오른 1980.61로 장을 마감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1원 내린 1225.3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1분기 연결기준 실적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인력과 물자 이동이 제한되면서 전반적으로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업 및 정유·화학업종의 실적이 예상대로 좋지 못했다. 특히 정유기업들이 분기 말 유가 하락 여파로 큰 폭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전체 상장사들의 매출 변동폭에 비해 영업이익·순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19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2020년 1분기 결산 실적을 보면,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낸 상장사들 중 화학 업종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줄었다. 화학 업종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3조5028억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4조7780억원이나 줄어들어 적자로 전환됐다. 서비스업은 올해 1분기 흑자를 냈으나 1년 새 영업이익이 2조9962억원(61.1%)이나 줄었다.

이 밖에도 기계업 영업이익이 42.0%, 철강금속업이 40.7% 감소하는 등 제조업계의 1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음식료품 업종은 배달·배송을 통한 구매가 많아지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8%, 의약품업은 만성질환자들의 장기처방이 늘면서 66.6%씩 늘었다. 반도체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4.2%)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화학업종 순이익 4조 줄며 ‘적자 전환’…흑자 유지 서비스업도 61%나 ↓
SK이노베이션·S-오일 등 대기업 정유·화학 영업적자 1조원 넘기기도
코로나로 내수 악영향 반영된 1분기…2분기엔 수출 감소 여파 나타날 것

특히 대규모 정유사들은 1분기 큰 폭의 적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1조7752억원에 달해 상장사들 중 가장 컸다. S-오일도 영업적자가 1조73억원으로 1조원을 넘겼다. 유가가 하락하는 동안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분기 초에 사들여 분기 말에 비축한 원유 가격이 사들였을 때보다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은 매출 감소분에 비해 더 많은 적자폭을 안았다.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에 정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는 1분기 상장사 전체 매출 변화폭에 비해 영업적자가 커진 요인이 됐다.

아시아나항공(-2921억원), 대한항공(-828억원)처럼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 기업도 늘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1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낸 곳이 3곳에 그쳤으나, 올해 1분기에는 7곳으로 늘었다. 세계 주요 증시가 하락하면서 수조원대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대응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은 증권사도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58.6%, 순이익은 60.0% 각각 감소했다.

그나마 이번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충격이 제한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2분기가 더 걱정스럽다. 4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3% 급감했고, 관세청이 집계한 5월1~10일 일평균 수출도 30.2% 급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시장이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