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정성훈이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1,2루 1타점 적시타를 치고 2루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고척 | 이석우 기자 

“이제 대타로서 준비나 루틴을 완벽히 익힌 것 같아요.”

지난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넥센전. 양현종의 8이닝 1실점 호투가 있었지만 9회초 나온 정성훈(38)의 대타 1타점 적시타가 없었다면 KIA는 승리하지 못했다. 정성훈은 “변화구는 커트하고, 직구에 타이밍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슬라이더를 받아쳤는데, 코스가 좋아 안타로 연결됐다”며 웃었다. 

행운이 따랐다고는 했지만 정성훈의 안타는 그의 평소 실력과 대타로서의 준비가 없었으면 나올 수 없었다. 경기 후 정성훈은 “지난해에도 대타 역할을 맡았지만 들쭉날쭉했다”며 “지난해 경험 덕에 올해는 대타로서의 노하우가 더 생겼다”고 말했다. 정성훈의 말대로 대타 역할에 적응했기 때문인지 그의 대타 타율은 올랐다. 지난해 대타 타율은 2할9푼6리, 시즌 타율(0.312)보다 낮긴 했지만 나쁘진 않은 수치였다. 올해는 3할6푼4리로 더 올랐다.

새로운 루틴은 무엇일까. 정성훈은 자신이 “경기가 시작하면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홈경기가 있을 때는 더그아웃과 실내 연습장이 멀지 않아서, 실내 연습장에서 피칭 머신이 뿌리는 공을 친단다. 원정경기에서는 더그아웃 뒤편 빈 공간에서 방망이에 링을 꽂은 채 계속 스윙을 하면서 감을 잡는다. 

이날 경기도 그렇게 준비한 끝에 갑작스레 득점권에 등장한 뒤에도 안타를 뽑아냈다. 정성훈은 “역할을 해낸 것뿐이다. 40경기 중 한 번 제 몫을 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정성훈의 합류로 KIA는 시즌 초반 잇단 부상으로 생긴 타선 공백을 잘 메웠다. 특히 이범호가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는 오랫동안 볼 수 없던 3루수비를 다시 해내며 공·수에서 팀의 빈자리를 메웠다. 

정성훈은 3루 수비가 “아직까지는 재미있다”며 “지난 13일 삼성전에서 재미없어질 뻔 했는데 (임)창용이 형 덕분에 다시 재밌어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성훈은 당시 9회초 팀이 8-7로 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 다린 러프의 땅볼을 잡아 1루에 악송구했다. 그 때 나간 주자가 3루까지 진루했지만, 결국 임창용이 후속타를 막아 승리를 지켜 정성훈의 실책은 실점과 팀의 패배로 연결되지 않았다. 

자연스레 팀의 새 마무리가 된 임창용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둘은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시즌 같은 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임창용이 해태에 입단해 구원왕에도 오르며 활약했지만. 1998시즌 이후 삼성으로 양준혁과 트레이드 됐다. 정성훈은 그 직후인 1999시즌에 해태에서 데뷔했다. 정성훈은 “상대팀으로 보다가 함께 뛰어 영광이긴 하다”면서 갑자기 “제가 창용이 형한테 강해서 기록에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4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정성훈은 임창용을 상대로 6타수 4안타, 타율 6할6푼7리에 출루율도 7할1푼4리로 강했다. 정성훈은 “타율이 평소보다 1푼 정도는 손해보는 것 같다”면서도 “훌륭한 선수와 야구를 할 수 있어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