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넥센 선수단.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김기남 기자 

“그래도 투수들은 계산이 서니까요.” 

주전들이, 그것도 핵심 타자들이 줄부상으로 빠진 넥센.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지난 15일 KIA전을 앞두고 예년보다 투수진이 강해졌음을 거듭 강조했다. 장 감독의 말처럼, 넥센은 그간 강했던 타선 대신 높아진 마운드의 힘으로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타선의 힘은 떨어졌다. 1년새 강점과 약점이 뒤바뀐 모양새가 됐다.

그간 넥센하면 떠오르는 건 강한 타력이다. 목동야구장을 홈으로 쓸 때는 박병호에 강정호·유한준 등 타선의 일발장타가 발군이었다. 보다 넓은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긴 뒤에도 넥센은 타선의 힘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홈런 타자들이 비운 중심타선에는 서건창·김하성이 성장하며 채웠다. 넓어진 외야로 줄어든 홈런수는 빠른 발로 보충했다. 2016년 3루타 1위, 지난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팀 홈런은 8위(141개)에 불과했지만 팀 득점은 789점으로 3위였다. 

올 시즌 넥센은 타격보다 투구 지표가 더 돋보인다. 넥센은 조상우·한현희·김상수·김세현 등이 번갈아가며 불펜에서 확실한 필승조로 자리잡긴 했지만 전체적인 마운드의 경쟁력은 다른 팀보다 떨어졌다. 지난 2년간 시즌 전 에이스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로버트 코엘로-션 오설리반)이 시즌 초반 짐을 쌌고, 신재영이 2016년 15승을 거두며 혜성같이 등장해 선발진을 메꾸는 듯 했으나 지난해는 6승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반면 올해는 선발야구가 되는 팀으로 변했다. 16일 경기 전 기준으로 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이 23개로 10개팀 중 1위다. 공동 2위 KIA·두산·LG(21개)와는 2개 차.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넥센만의 강점이 있다. 에스밀 로저스(7개)-제이크 브리검-최원태(이상 5개)-신재영-한현희(이상 3개) 등 선발진이 퀄리티스타트를 3번 이상 경험한 유일한 팀이 넥센이다. 다른 팀보다는 하위 순번 선발 투수도 제 몫을 해냈다는 얘기다. LG의 퀄리티스타트 21개 중 15개를 헨리 소사(9개)-타일러 윌슨(6개) 둘이서 해낸 것과 대조된다. 

넥센은 팀 홀드도 24개로 SK와 공동 1위를 기록 중이다. 김상수의 활약이 눈부시다. 16일 경기 전까지 두자릿수 홀드(13개)를 기록한 유일한 투수다. 17경기 16.1이닝 투구하는 동안 자책점을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보근도 6홀드, 오주원도 4홀드로 뒤를 받치고 있다. 2016년 팀 홀드 공동 2위(74개), 지난해 공동 1위(66개)의 기세를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마운드의 높이는 예년보다 높아졌지만, 강점이던 타선의 힘은 약해졌다. 2할7푼5리로 9위에 머문 팀 타율이 아쉽다. 도루도 25개(7위)에 그친 데다 성공률도 8위(65.8%)에 머물러 있다. 팀 득점 순위는 상대적으로 높은 5위였지만,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지고 나니 득점력도 줄었다. 지난 15일 경기에서 넥센은 KIA보다 3개 더 많은 7개의 안타를 치고도 1점밖에 내지 못해 선발 브리검의 8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가 무위에 그쳤다.

2015년까지 손승락, 2016년 김세현이 맡아 튼튼하게 지켰던 뒷문도 올 시즌엔 불안하다. 현재 마무리 조상우가 블론세이브 공동 1위(4개)에 올라있다. 결국 약점과 강점이 올해도 뚜렷하게 갈려 있다. 넥센이 힘겨운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