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일주일 앞두고 사망···유고전 된 독일 표현주의 거장 바젤리츠 전시
“나의 예술 여정의 끝자락에 선 지금…그간의 여정을 갈무리하는 일종의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개막과 맞물린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전시가 그의 사후 첫 전시가 되리라 단언할 수는 없었다.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인 바젤리츠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88세로 숨을 거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조르조 마조레섬에서의 전시 개막을 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때였다.
바젤리츠는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난 7일 찾은 전시장에서 상영된 영상에서 바젤리츠는 예술 여정의 마지막을 정리할 것이라며 “지난 세월의 작업들을 하나의 세계로 집대성”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전시장에는 높이가 3m에서 4.6m에 이르는 초대형 회화 16점이 놓였다. 대부분 지난해에 그린 것이다. ‘황금빛 영웅’이라는 전시명에 걸맞게 금색 페인트를 덧칠하고 걷어내며 만든 황금빛 캔버스에 바젤리츠와 그의 아내 엘케가 등장한다. 바젤리츠를 상징하는 ‘거꾸로 선’ 모습이다.
황금 캔버스는 전시장의 조명을 반사할 정도로 밝다. 바젤리츠는 “내가 만든 황금 회화 중 진정한 황금 회화는 없었다. 황금 배경에도 그 위에 덧칠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작업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인물을 그린 검은 선은 투박한 듯 날카로워 마치 펜으로 그린 듯하다. 바젤리츠는 보행 보호기에 의지하면서도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하고 가느다란 검은 선을 새겨 넣었다”고 했다.
선이 강조된 그림은 입체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바젤리츠는 “금색 배경은 공간감을 지워내 인물을 나무 조각에서 도려낸 듯 각인시킨다”며 거친 느낌과 고독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생의 마지막을 직감했을 작가의 처지가 떠오르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전시는 9월27일까지.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회고전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90)도 베네치아 산마르코 아트센터에서 회고전을 선보이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측에서 공식 선정한 병행 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1978년 작 회화 ‘점으로부터’, 1980년 작 회화 ‘선으로부터’ 에서 전시 공간에 맞게 올해 재제작한 ‘관계항’ 연작으로 이어지는 이우환의 시기별 대표작 20점이 소개되고 있다. 16세기 초 지어진 건물 ‘프로쿠라티에 베키에’ 2층에 위치한 전시 공간은 복도가 협소하지만 큰 돌 2개와 스테인리스 스틸 철판으로 만든 ‘관계항-무한’(2026)이 작고 흰 자갈과 함께 설치돼 실외에 있는 듯한 착각도 들게 한다.

모래밭에 철사 수천 개를 꽂아 갈대밭처럼 꾸민 ‘관계항’(1969)도 전시 공간에 맞게 재구성됐다. 창문으로 보이는 테라스에는 2023년 국내에서도 공개됐던 ‘관계항-키스’가 서로 등을 기댄 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시멘트 판을 만들어 바닥에 깔고 붉은색과 푸른색이 각각 흰색과 검은색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담은 ‘조응’(2026)도 여전히 간결한 이우환의 화풍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전한다.
이우환의 전시는 미국 뉴욕주의 미술관 디아 비컨에서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디아 예술 재단의 제시카 모건이 베네치아에서의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폐막일인 11월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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