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 전시장에 6일(현지시간) 별안간 연막탄이 터졌다. 분홍빛 연기가 뿌옇게 내려앉은 곳은 러시아관. 이어 분홍색 두건을 쓴 이들이 “노(No) 러시아”를 외쳤다. 군중 사이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 든 이들도 있었다.
같은 날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관 앞에서 친팔레스타인 활동가 수백명이 입구를 봉쇄하고 현수막을 들고 “‘집단학살관’은 물러나라(No Genocide Pavillion)”며 항의했다. 시위가 진정된 후에도 이스라엘관 앞에 이탈리아 헌병이 자리를 지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중인 가자지구 전쟁, 올해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 등의 여파가 베니스비엔날레에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한 러시아, 가자지구와 이란 전쟁을 일으킨 이스라엘이 비엔날레에 복귀하면서 예견됐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국가관은 2024년 열린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이스라엘 정부가 올해 비엔날레 국가관 참가 의사를 밝혔고, 비엔날레 재단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비엔날레 심사위원단 5명은 지난달 23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된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수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주일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으로 ICC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오는 9일 비엔날레 개막식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었던 시상식도 폐막일인 11월22일로 연기됐다. 수상자도 심사위원 심사가 아닌 관람객 투표로 결정한다.
러시아는 비판 여론에 부딪히자 국가관을 공식 개막일 전인 8일까지만 공개하고 9일부터는 퍼포먼스 영상만 러시아관 앞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사전 공개 기간인 6일 격렬한 저항을 마주해야 했다.
한편 미국과 전쟁에 휘말린 이란은 지난 4일 비엔날레 재단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이란은 그간 국가관 총괄 책임자만 공개했을 뿐 참여 작가나 전시 주제 등은 알리지 않아 왔다. 최근까지 지속된 미국과의 전쟁 여파가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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