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인 작가 요이가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 앞에 서 있다. 베네치아 ❘ 윤승민 기자

 

“제가 기록하거나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마음, 사라지더라도 지금 느껴지는 감각을 전달하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요이(39)는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인 작가다. 그의 작품 ‘숨 오케스트라’(2026)는 제주의 해녀가 소재다. 미국에서 작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휴식차 제주에서 살며 자연스레 수영을 배우고 해녀를 만나 물질을 배우며 작품을 구상했다. 2024년 음향 작품이었던 ‘숨 오케스트라’는 시간이 가며 퍼포먼스로 발전하더니, 영상과 드로잉까지 더해져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이 됐다.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아르세날레 본전시장에 상영되는 요이의 ‘숨 오케스트라’(2026). 베네치아 ❘ 윤승민 기자

 

검은 암석해안에 부딪히는 푸른 파도, 흰옷을 입은 앳된 소녀들과 늘어져 쉬는 해녀들이 나오는 두 화면의 영상은 전 세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요이는 “(소녀들 영상은)1년 넘게 작업했다. 찍는 동안 키가 큰 애들도 있다”며 “해녀들은 2~3년에 걸쳐서, 물질 안 하고 쉬는 날에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녀에게 쉬는 시간이 중요하다. 물에 들어가면 서로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물 밖에서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진짜 쉬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숨 오케스트라’의 출발이던 음향 작업이 작품의 본질에 가깝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영상 내용과 상관 없이 일순간 여러 사람이 참던 숨을 내뱉고 들이쉬는 소리가 들린다. 요이는 작품에 대해 “숨을 참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며 “조용한 바다에서 누군가 잠시 숨 고르는 소리를 낸 뒤 다시 정적이 오면 ‘혼자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비엔날레 총감독인 코요 쿠오로부터 본전시 출품작 제안을 받았을 때 “본전시 의도에는 이 작품을 보여주는 게 맞을 거라 생각했다”며 ‘숨 오케스트라’를 선택했다. 이번 비엔날레 본 전시는 소수자에게 주목한 ‘In Minor Keys’(단조로)다.

해녀들이 들숨을 내쉴 때 내는 특유의 ‘숨비소리’를 기록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다른 예술가들의 도움을 빌려 작품화했다. 그는 비엔날레가 폐막하는 오는 11월에는 소리로만 들을 수 있던 숨소리를 전시장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요이는 “해녀들이 사라지고 있는 게 보인다. 5년 새 두 분은 돌아가셨고, 일곱 분은 은퇴하셨다”며 “해녀들에게서 느껴지는 감각을 전달할 수 있으면 이것도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제주에서 예술가들의 네트워크가 이어질 수 있다면 (작업도) 지속 가능할 것 같다.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은주가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대만관에서 개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베네치아 ❘ 윤승민 기자

 

베니스비엔날레 대만관에서는 7일 홍은주(33)의 개막 퍼포먼스 ‘내가 환희에 젖어있을 때 그녀는 절망에 차 있었다’(2025)가 열렸다. 작가의 얼굴과 몸을 본뜬 회색의 플라스틱 인형을 향해 공연자가 다가가고, 인형의 머리에 끈을 달아 몸을 일으켜 눈을 맞춘다. 인형의 신체를 만지며 교감하다가 들쳐메면서 실랑이하던 공연자는 작가에게 인형을 넘긴다. 작가 홍은주는 가슴을 파묻으며 흐느끼듯 큰 소리로 웃는다.

대만관 작가 리이판이 선보이는 영상 작업의 캐릭터와 인형은 회색의 낯빛을 비롯한 여러 구석이 닮았다. 그러나 대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홍은주는 자신의 퍼포먼스가 대만관 전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2024년 대만에서 지내며 동아시아의 전통 인형극을 처음 접했고, 그때 인형을 활용해 만든 퍼포먼스”였다며 “대만관 기획자가 리이판과 함께 작업하겠냐고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홍은주가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대만관에서 개막 퍼포먼스를 선보인 후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베네치아 ❘ 윤승민 기자

 

홍은주는 “처음에는 베네치아에서 퍼포먼스를 한다는 언급이 없었다”며 “언젠가는 비엔날레에 참석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빠르게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은 못했다”고 말했다. 대만관이 비엔날레 주 전시장 밖에 있음에도 홍은주의 퍼포먼스 때 100명 넘는 사람이 몰렸다. 그는 “처음에는 (비엔날레)이름이 주는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비엔날레도) 다른 전시들처럼 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은주는 자신의 퍼포먼스가 “어떤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연자가 인형을 들어 올릴 때 인형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막바지 인형이 바닥으로 내쳐지는 상황에 대해 홍은주는 “플라스틱이지만 인형을 향해 보는 이가 느끼는 연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연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를 닮은 인형이 바닥에 나뒹구는 것, 이걸 보며 고통받는 내 모습을 보면서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며 “수치심도 인간이어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홍은주는 8일과 9일 대만관에서 퍼포먼스를 한 차례씩 더 선보이고, 오는 10월 서울에서는 보다 큰 규모의 인형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대만관에서 공연자가 홍은주의 개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베네치아 ❘ 윤승민 기자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