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SK 이호준이 삼진아웃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이석우 기자

2018시즌 KBO리그는 10년 전을 연상케 한다.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명승부를 펼친 두산과 SK가 중위권과 격차를 벌린 채 나란히 1·2위를 질주하고 있다. SK는 또다른 인연이 있는 팀과의 대결로 5월을 연다. 2010년대 초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삼성과 1일부터 대구에서 3연전을 치른다.

2007년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함께 SK는 왕조의 문을 열었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 중 마지막 3년간 상대는 삼성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3년 연속 같은 팀이 마주한 것은 현재까지 2010~2012년 SK와 삼성이 유일하다.

두 팀간의 한국시리즈 승패는 의미하는 바가 컸다. 2010년 SK는 삼성을 4연승으로 제압하며 SK 왕조의 건재를 알렸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삼성 ‘류중일호’는 SK를 2년 연속 물리쳤고,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 왕조가 시작됐다. SK는 이후 한국시리즈 문턱을 밟지 못한 채 매 시즌 중위권에서 가을야구 진출을 다퉈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영원할 것 같던 삼성 왕조는 2015시즌 한국시리즈 패권을 두산에게 내주며 급격히 무너졌다. 1980·1990년대에도 받아보지 못했던 ‘2년 연속 9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삼성을 물리친 두산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삼성은 그렇게 SK의 전철을 밟았다. 

올해 삼성과 SK의 맞대결이 관심을 끄는 건 달라진 처지 때문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 부임 2년차를 맞은 SK는 시즌 초반 두산과 선두 각축전을 벌이며 왕조 때의 명예회복을 노린다. 홈런 군단의 파괴력이 여전한 데다 출루율·득점권 타율도 높아지는 등 타선이 더욱 강해졌다. 불펜이 다소 불안하지만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새 외국인 앙헬 산체스가 가세한 선발진이 한층 좋아졌다. 시즌 전 ‘우승 후보’ 평가가 현실화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아직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야심차게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주전 포수 강민호는 타율 2할4푼7리, 3홈런에 그치며 부진에 빠졌다. 새 외국인 투수 팀 아델만-리살베르토 보니야는 삼성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신인 투수 양창섭이 선발진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최충연·심창민·장필준 등 불펜도 기대 이상이지만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30일 현재 팀 타점(124점)은 9위, 득점(136점)은 8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주 2승4패에 그친 삼성에게 이번 3연전은 더욱 중요하다. 함께 순위표 밑바닥에 자리했던 롯데에 밀려 최하위가 된 데다, 롯데가 지난주 4승2패로 반등하면서 삼성과 중위권의 격차가 더 벌어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선두 두산을 1경기 차로 추격 중인 SK 또한 외국인 원투펀치 산체스-메릴 켈리를 내세워 삼성을 상대로 승수를 쌓으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