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하성.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달궜던 ‘2번 박병호’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까지 거의 고정이던 4번보다 3번타순에 더 자주 선다는 것도 박병호에겐 적잖은 변화지만, 3·4번 모두 ‘클린업 트리오’내지는 ‘중심타순’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 보긴 힘들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최근 “박병호가 2번타자로서의 루틴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서 특별한 이야기 없이 3~4번으로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2번타자라면 1회 팀의 공격시작과 동시에 대기타석에 들어서야 하고, 뒷타순 타자들이 상대 선발의 공을 더 많이 볼 수 있게끔 보다 차분하게 승부를 벌여야 해 신경써야할 게 한둘이 아니다.

2번 박병호에 대한 미련을 일찍이 버릴 수 있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2번 타순에 올 시즌 박병호 못지 않게 맹타를 휘두르는 김하성(24)이 자리하고 있다.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0.389로 전체 4위이고, 출루율은 0.459로 전체 7위다.

지난 2~7일 주간 타율이 0.542(24타수 13안타)로 리그 타자들 중 가장 높았다. 개막과 동시에 좋은 타격 페이스를 이어오고 있다. 8일 현재 김하성은 올 시즌 출전한 13경기 중 단 한 경기만 빼고 매 경기 안타를 기록했다. 타점을 올린 경기도 8경기로, 타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한 적이 이틀 이상 연속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김하성은 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 최신 2번타자상(像)에도 부합하지만, 빠른 발이 필요한 전통적인 2번타자상에도 잘 어울린다. 본래 호타준족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김하성은 벌써 도루도 5차례 기록하며 김상수(삼성)에 이은 이 부문 전체 2위에 올랐다. 수비와 도루저지에도 일가견이 있는 포수 양의지가 버틴 NC를 상대로, 원정 3연전에서 매경기 도루를 기록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만하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김하성 역시 2번 타순이 익숙하지는 않다. 박병호가 잠시 미국에 진출했을 때는 3·4번에 주로 뛰었고, 박병호가 국내 복귀한 지난해에도 2번 타순에 한 차례도 선 적 없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들어 2번 타순에 가장 많이 들어서는 데도 맹타는 멈추지 않는다.

키움은 5할이 채 안되는 승률(0.462·6승7패)로 8일 현재 7위에 머물러있지만 김하성의 끊이지 않는 맹타 덕에 침체됐던 타선도 힘을 내고 있다. 3월 팀 타율이 0.237에 그쳤던 키움은 2~7일 주간 타율이 0.315로 NC(0.309), 한화(0.291)보다도 높은 1위가 됐다. 박병호, 제리 샌즈 등 지난해에도 중심타순을 책임지던 거포들도 3월보다 타율이 올랐고, 올해 보다 출장빈도가 늘어난 장영석은 한 주간 홈런 3개를 보탰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