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동선으로 본 박영선·오세훈의 선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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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25일부터 선거일을 사흘 남긴 4일 현재까지 두 후보는 서울 전역을 훑으며 강행군 중이다. 지난 11일간의 유세 동선을 살펴본 결과, 유독 비강남 일정이 두드러지는 건 오 후보였다. 오 후보는 강남 이외의 지역을 집중 공략해 압승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오 후보는 청년층 표심에 집중하는 일정도 많았다. 박 후보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는 않았지만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북을 여러 차례 찾으며 표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박 후보는 현안에 따라 대응하면서 갑작스레 ‘용산도시기억전시관’ 등의 일정을 추가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선거 기간 ‘비강남 지역’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유세 첫날 강북 지역 9개 자치구를 V자로 훑었다. 공식선거일 첫날부터 4일까지 45차례 주요 유세 중 관악·구로·금천구 등 서남권(13회)과 강북·노원·도봉구 등 동북권(13회) 등 비강남권 일정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서남권과 동북권은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 총득표율이 40.4%였던 열세 지역이다. 반면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 유세는 7차례에 그쳤다.

오 후보는 비강남 지역 유세에서 부동산 개발 민심 공략에 집중했다. 선거 운동 첫날 그는 은평구 유세에서 “지난 10년간 서울지역에서 가장 변화에 뒤처진 곳이 서북권”이라고 했고, 박영선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구로구를 찾은 지난달 26일에는 “자기 지역구를 역대 최악의 양극화를 만들어 놓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박 후보를 직격했다. ‘강남북 균형 발전’이란 명분으로 강북 지역 재개발을 강조한 발언들이었다.

강남 유세에선 청년층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 28일 코엑스몰 유세에서는 30대 청년이 연단에 올라 오 후보를 지지하는 ‘7분 연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비강남·청년 표심 공략에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 “그간 취약했던 동남권 등에서도 지금은 우리가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동요한 부동산 민심 탓에 산토끼와 집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세를 벌였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깜짝 일정도 눈에 띄었다.

박 후보는 지난달 25일 과거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구로구와 인접 지역인 영등포구 유세를 시작으로 26일 서북권의 서대문구와 마포구, 27일 동북권의 중랑구, 28일 동남권의 서초·강남구를 시계방향으로 순회했다. 3일에는 송파구 잠실역, 강남구 코엑스몰 등 강남권 일대를 돌았다.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노원·도봉구는 4일에야 찾았다.

박 후보는 갑작스레 일정을 변경해 의미 있는 장소를 찾기도 했다. 지난 1일 양천구 거리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용산도시기억전시관을 찾았다. 오 후보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한 용산참사 관련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일정을 잡아 참사 당시 시장이었던 오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2일 사전투표를 한 뒤에는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기억공간’을 방문하려다 공간이 폐쇄돼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사전투표 기간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후보는 3일 잠실역과 코엑스몰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유세를 진행하다 비대면 예정이던 광진구 집중유세에도 집중 참여했다. 최대한 많은 유권자들과 만나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심진용·윤승민 기자 sim@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