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극복해내야죠.”
두산 김태형 감독이 젊은 불펜 투수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앞선 경기에서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더 많은 위기에 부딪쳐보고 성장하라는 뜻이 담겼다. 그 뜻이 통했을까. 두산 불펜 투수들은 지난 3일 잠실 라이벌 LG를 상대로 위기를 맞고도 극복하면서 희망을 안겼다.
두산은 지난 1일 끝난 수원 원정 3연전에서 KT에게 두 차례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버티지 못해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역전 이후 추가점을 내줘 추격의 맥을 끊은 불펜의 부진이 아쉬웠다. 8-0으로 앞서다 20점을 내주고 진 지난달 31일 경기에선 박치국이 1이닝 1실점(비자책), 곽빈이 1.2이닝 2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튿날엔 이영하가 4-3으로 앞선 7회말 KT 강백호에 동점 희생 뜬공, 멜 로하스 주니어에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그러나 두산은 LG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불펜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스스로 고비를 풀어나가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자기 공은 충분히 던지고 있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안도 없다. 베테랑 좌완 이현승과 우완 김승회는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단계다. 스프링캠프 기간 팔꿈치 통증을 느껴 조기 귀국 후 재활했던 김명신도 지난 3일 수술대에 올랐다. 아직은 복귀 시점을 알 수 없다.
김 감독의 바람은 경기에서 어느 정도 이뤄졌다. 9회 LG 김현수에 동점 홈런을 허용한 김강률의 투구는 아쉬웠지만, 8회부터 11회까지 매회 찾아온 실점 위기를 잘 견뎠다. 특히 8회 1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곽빈은 서로 다른 공으로 승부해 연속 삼진을 솎아냈다. 8번 정상호에겐 커브를 연거푸 던져 삼진을 잡더니, 9번 김용의에게는 시속 140㎞ 중반대의 빠른 공으로 힘싸움을 벌여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김 감독이 “아직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던 함덕주도 마지막 2이닝을 꾸역꾸역 막아냈다. 수비의 도움도 있었다. 연장 10회초에는 포수 양의지의 도움을 받았다. 2사 1·2루에서 함덕주가 던진 공이 큰 바운드를 그린 뒤 LG 더그아웃으로 굴러갔다. 공은 더그아웃과 그라운드 사이에 끼었다. 양의지가 이를 지적했고, 홈으로 뛰던 2루 주자에겐 한 베이스 진루만 허용됐다. 실점을 막은 함덕주는 삼진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연장 11회에는 2사 1·2루에서 나온 안익훈의 안타성 타구를 좌익수 조수행이 몸을 날려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투구 내용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젊은 불펜들은 수비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에 보탬이 될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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