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키움 경기. 3회초 1사 1루 허경민 타석 때 유격수 김하성이 1루주자 류지혁의 도루를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21일 키움 김하성(24)은 잠시 외도를 했다.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김하성은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원정 3연전에서 모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주포지션은 유격수이지만, 김하성은 고등학교 때 2루수와 3루수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혔을 때도 김하성의 3루 수비 능력이 평가에 반영됐다. 그럼에도 ‘3루수 김하성’은 아직 낯설다. 지난해 김하성이 3루수 포지션에서 뛴 타석은 13타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하성은 최근 LG 3연전에서의 15타석을 포함해 벌써 3루수로 20타석에 들어섰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컨디션 조절 차원의 기용”이라며 “유격수로는 좌우 움직임도 많고, 외야로 타구가 나갔을 때 중계플레이도 해야하는 등 움직임이 적지 않다. 3루수 자리에는 강습타구가 많이 오긴 하지만 움직임은 적기에 김하성에겐 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김하성도 “3루수 출전은 팀의 배려”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매번 유격수로 출전하면 좋겠지만 허리가 조금 좋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지명타자로만 뛸 수는 없어 크게 무리하지 않는 방법을 찾다보니 3루수로 뛰게 됐다”고 했다. 김하성이 선발 3루수로 뛴 LG 3연전에서 지명타자 자리는 허리 근육통에서 회복중이던 박병호가 자리했다.
3루수로서의 타격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16타수 5안타. 홈런은 없었지만 2루타도 2개 때려냈다. 유격수 포지션으로 71타석에서 11타점을 냈는데, 3루수로는 20타석만에 5타점을 올렸다. 맹타는 포지션뿐 아니라 타순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2번타순에 단 한 차례도 선 적이 없는 김하성은 올 시즌 절반 이상의 타석을 2번에서 소화하면서도 타율 5위(0.352)에 출루율 3위(0.438)에 자리해있다.
여러 변화 속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김하성에게는 혼란스러운 것이 거의 없다. 각오도 다를 것이 없다. 김하성은 “타순이 바뀌었다고 해서 타석에서의 접근법을 달리하지 않는다. 팀이 원하는 방향대로, 원하는 지리에서 최선을 다할뿐”이라며 “지난해 후반기에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는데, 체력관리를 못하며 한 시즌을 보낸 것도 경험이라 생각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준비를 잘 했으니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잠깐동안의 외도 속에도 품고 있는 꿈 또한 바뀌지 않았다. 김하성은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어렵게 받았는데, 올해도 2년 연속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받아보고 싶다”며 “홈런이 안나온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팀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돕다 보면 개인에게 상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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