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LG 헨리 소사, 한화 키버스 샘슨, 두산 세스 후랭코프. 이석우 기자·한화 이글스 제공

이석우 기자·한화 이글스 제공

개막 한 달, 아직 외국인 투수들이 쌓아올린 철옹성이 높기만 하다. 각 팀의 매년 농사가 외국인 투수 성적에 달려있을 정도로 그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올 시즌엔 외국인 투수들이 개인 타이틀 부문을 점거하다시피 하고 있다.

24일 경기 전까지 2018 KBO리그 투수 주요 개인 타이틀 중 평균자책점, 탈삼진 1~5위엔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올라 있다. 평균자책점 선두는 LG 헨리 소사(1.06), 2위는 두산 세스 후랭코프(1.55)다. 그 뒤를 SK 앙헬 산체스(2.32), NC 왕웨이중(2.58), 두산 조쉬 린드블럼(2.78)이 잇고 있다. 국내 선수 1위 양현종(KIA)은 2.80으로 6위다.

탈삼진 부문에선 한화의 키버스 샘슨이 41개로 1위, LG 타일러 윌슨이 36개로 2위다. 린드블럼과 에스밀 로저스(넥센)가 34개로 공동 3위, 5위는 KT 라이언 피어밴드(33개)다. 역시 바로 뒤는 양현종(32개)이다. 또다른 투수의 주요 개인 타이틀인 다승에서도 외국인 강세가 눈에 띈다. 4승 투수가 3명, 3승 투수가 7명인데, 공동 선두 3명 가운데 2명은 두산의 원투펀치 린드블럼-후랭코프다. 산체스도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많은 돈을 주고 데려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개인 타이틀 상위권에 올라있는게 아주 생소한 일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상위권에 외국인 선수들만 올라있는 모습도 낯설다. 그간 개인 타이틀 경쟁은 외국인 투수와 국내 투수의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 왔다.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평균자책점-다승-탈삼진 5위 이내에 국내 투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국내 투수가 한 명만 있던 것도 2014년 평균자책점(SK 김광현·2위), 2016년 탈삼진(양현종·5위) 뿐이었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타이틀은 피어밴드(3.04)가 가져갔고 3위도 에릭 해커(당시 NC·3.42)의 몫이었지만 2위는 장원준(두산·3.14)이었고, 4·5위도 각각 차우찬(LG·3.43)과 양현종(3.44)에 돌아갔다. 탈삼진도 메릴 켈리(SK·189개)-더스틴 니퍼트(당시 두산·161개)가 나란히 1·2위를 달렸지만 양현종이 158개로 3위, 차우찬이 1개차 4위였다. 양현종은 지난해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함께 20승을 거둬 다승 공동 선두이기도 했다. 장원준도 니퍼트와 함께 다승 공동 4위(14승)였다.

성적에서 보듯 외국인 에이스들의 대항마가 될 국내 투수들이 올 시즌에는 다소 주춤하다. 양현종이 그나마 바로 직전 등판(지난 19일 광주 LG전)에서 9이닝 4실점(3자책)으로 시즌 첫 완투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최우수선수(MVP)가 된 지난해의 대활약에는 다소 못미친다. 개인 타이틀에 여러차례 이름을 올렸던 차우찬은 시즌 전 부상의 여파 때문인지 시즌 평균자책점이 8.14에 머물러 있다. 장원준은 자신의 시즌 5번째 등판인 지난 20일 잠실 KIA전에서야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달성했을 정도로 헤맸다.

1년간의 재활을 거쳐 올 시즌 복귀한 김광현은 시즌 초반 투구이닝 한계치를 정하며 조심스레 등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시즌 도중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앞두고 있어, 토종 에이스들의 본궤도 진입이 여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