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만 만나면 무슨 힘이 나는 걸까. 넥센의 에스밀 로저스(33)가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한국 무대에서 693일 만의 완투승을 거뒀다. 로저스의 올 시즌 첫 승과 시즌 첫 완투승은 모두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한 것이다.

로저스는 2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넥센은 10-1로 한화를 크게 이겨 대전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지난 11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넥센 선발 투수 로저스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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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는 이날 최고구속 152㎞의 직구와 140㎞에 육박하는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던져 한화 타선을 막았다. 매 경기 7회에 다다를 때마다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했지만, 이날은 공 100개로 9이닝을 막았다. 로저스는 이날 경기 7회까지 한화 타선을 공 80개로 막았고, 예정된 7이닝보다 더 길게 던졌다.

경기의 흐름이 바뀔 수 있던 한 번의 위기도 잘 막았다. 팀이 4-0으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 송광민에게 2루타-제라드 호잉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 이성열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실점을 1점으로 최소화했다.

넥센 타선은 집중타로 로저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초 김하성의 선제 2점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은 넥센은 2회초엔 임병욱-김혜성의 연속 2루타와 박동원의 좌전 안타를 묶어 두 점 더 달아났다. 김혜성의 좌익선상 2루타에는 행운이 따랐다. 김혜성이 배트를 돌리다 순간 스윙을 멈췄는데, 타구가 좌익선상을 빠르게 흘러 지나가 외야까지 굴러갔다.

로저스가 4회말 위기를 넘기자 넥센 타선은 5회초 대폭발했다. 고종욱의 2점 홈런에 이어, 1사 후 4번 마이클 초이스부터 7번 임병욱까지 네 타자가 연속 안타를 뽑아냈다. 한화는 선발 윤규진을 강판시키고 신인 우완투수 김진욱을 올렸지만, 김진욱이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고 송구실책까지 범하는 동안 넥센은 10-1까지 달아나 승기를 굳혔다.

사실 로저스에게 완투승은 아주 어색한 것이 아니다. 2015년 한화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첫 두 경기에서 완투승을 따내는 등, 한화 유니폼을 입고 이미 두 시즌에 걸쳐 5차례 완투승을 거뒀다. 그런 로저스가 이번엔 친정 한화를 만나, 자신이 2016시즌 마지막 완투승(5월29일 롯데전)을 거둔 대전에서 다시 완투승을 해냈다.

공교롭게도 로저스는 시즌 2승을 모두 한화 상대로 챙겼다. 약 한 달 전 시즌 개막전 승리 때도 상대는 한화였다. 당시 한국 복귀 첫 승보다 경기 도중 친정팀 선수들의 몸을 건드린 일로 빚은 논란이 더 화제가 됐다. 로저스는 두번째 맞대결에서의 호투로 그 때의 논란까지 모두 잠재웠다.

로저스는 경기 후 “친정팀의 홈구장에서 완투승을 했다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다”며 지난 개막전 당시 논란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았다. 투수로서 투구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에서 구속이나 제구 등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로저스는 바로 직전 등판 경기인 지난 17일 고척 NC전에서도 7이닝 2실점 호투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호투했다. 넥센은 로저스의 연이은 호투를 포함해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박병호·서건창이 부상으로 빠진 와중에도 4연승에 성공했다. 로저스는 “앞으로 오늘같은 경기를 더 자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