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지난 시즌 부진으로 불펜을 전전하던 삼성 장원삼이 약 1년 만에 선발 등판했다. 6회까지 1점만 내주다 투아웃까지 잘 잡고 민병헌에게 2점 홈런을 내줬지만,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첫 등판부터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팀이 6-3으로 내려와 1년여만의 선발승을 눈앞에 뒀지만, 이내 놓쳤다. 불펜이 8회말 롯데 이대호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한 탓이다.
#2. 지난 3일에는 잠실 ‘한지붕 두가족’ 두산과 LG 선발이 투수전을 벌였다. 두산 유희관이 6.2이닝 1실점, LG 헨리 소사는 7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누구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양 팀 타선이 상대 불펜의 빈틈을 공략하면서 역시 경기를 연장까지 몰고갔기 때문이다.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에서는 경기 막판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연일 펼쳐지고 있다. 지난 18일만 해도 5경기 중 연장 12회까지 진행된 사직 경기를 포함해 4경기가 7회 이후 최종 승부가 갈렸다. 그러다보니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로 제 몫을 해도 선발승을 따내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KBO리그는 총 102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선발투수들은 총 84차례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그리고 선발승은 총 64승이었다. 퀄리티스타트 수 대비 선발승 비율은 76.19%다. 물론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하지 않고도 선발승을 거둘 수는 있지만, 둘의 비율을 통해 선발의 호투가 승리와 얼마나 직결됐는지 추세를 가늠해볼 수는 있다. 이 비율은 지난 시즌의 80.45%보다 낮다. 2016시즌의 90.71%, 2015시즌의 88.76%과 차이가 크다.
2015·2016시즌과 차이가 큰 건 당시 투수 운용 방식이 지금과 조금 달랐기 때문일 수 있다. 이 때는 선발 투수를 5회 이전에 내리는 방식을 뜻하는 ‘퀵후크’라는 용어가 상용화 됐다. 선발이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5회를 채우기 전에 내리는 경우가 전보다 잦았다. 이 때는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할 정도로 잘 던지면 승리와 직결됐다. 전체 선발투수 중 퀄리티스타트를 한 투수가 35% 정도였다.
반먼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엔 선발투수 중 40.14%가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올해는 18일 현재 그 비율이 41.18%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퀄리티스타트 대비 선발승 비율이 4%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선발이 호투해도 그가 승리를 따낼지는 확신할 수 없게 된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경기도 후반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불펜 투수들의 세이브 성공률은 65.6%, 경기당 블론세이브는 0.23개였다. 그러나 올시즌 세이브 성공률은 60.0%로 줄고, 경기당 블론세이브는 0.31개로 늘어났다. 불펜의 투입도 늘어났고, 불안한 모습도 자주 보였던데다,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경기당 홈런수(2.15개→2.39개)가 막판 승부를 많이 가른 영향도 있다.
이 때문인지 연일 치열한 홈런왕 경쟁과 달리 다승왕 레이스엔 두드러진 주자가 없다. 다승 공동 1위(3승)가 7명에 이른다. 여기엔 불펜 송은범(한화)도 포함돼 있다. 호투하고도 승수를 못 쌓는 선수들도 보인다. LG의 타일러 윌슨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퀄리티스타트(5회)를 기록하고도 1승밖에 못 따냈다. 공동 2위(4회)인 소사와 이재학(NC)도 겨우 1승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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