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장영석. 키움히어로즈 제공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히어로즈가 젊은 야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파란을 일으키고 있을 때, 장영석(29·키움)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엔트리에 들었지만 내내 딱 한 타석에 들어서 삼진 한 번 당한게 전부였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해도 팀에는 아쉬움이 짙게 드리우지 않았지만, 장영석은 ‘다가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키움이라는 이름을 달고 맞이한 새 시즌 첫 달, 팀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는 장영석이다. 장영석은 지난 20일 현재 리그에서 김재환(두산), 이대호(롯데), 양의지(NC)보다도 많은 25타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자신이 지난해 93경기를 뛰며 낸 타점과 벌써 동률을 이뤘다.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4개)을 치고, 3할대 타율(0.313)도 기록중이다.
장영석은 변화의 비결을 묻는 수차례의 질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성적이 더 좋아진 것 같다”는 답을 해왔다. 20일 LG전을 앞두고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장영석은 “지난해 팀이 좋은 성적을, 그것도 젊은 후배들을 바탕으로 냈을 때 ‘내년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변화를 결심한 자세한 계기를 털어놨다.
2009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입단할 때부터 손꼽히는 거포 유망주였던 장영석은 히어로즈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래 거의 매년 타석에 설 기회가 주어졌지만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투수 전향도 시도했지만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다시 야수로 돌아왔다. 주포지션인 3루수·1루수에 쟁쟁한 선배들이 벽처럼 서 있었고, 후배들도 무섭게 성장하며 그의 자리를 위협해왔다.
지난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키움 장영석. 잠실 | 윤승민 기자
사람이 위기에 몰렸을 때 전에 없던 차분함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장영석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조금 더 차분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강병식 타격코치와 선배 박병호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고심 끝에 내린 해결책은 ‘수싸움을 복잡하게 하지 않는 것’. 장영석은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다. 혼자 상대 수를 읽기 위해 골몰하다가 제 꾀에 넘어가는 일이 잦았다”며 “코치님이 ‘상대 투수가 잘 던져 못치면, 그걸 그대로 인정해라. 너는 네가 준비한 것만 타석에서 보여줘라’고 말씀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을 때는 배트가 이 공, 저 공 가리지 않고 나왔었다. 하지만 올 시즌 조급함을 버리니 장영석의 헛스윙률(전체 스윙 대비 헛스윙)은 예년의 25~27%에서 20%로 줄었다. 부담감을 버리니 스윙할 때 저도 모르게 들어갔던 힘이 빠졌고 타구의 질도 더 좋아졌다.
장영석은 경기 준비 전 루틴에도 변화를 줬고, 경기 도중에는 박병호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변화를 이어가려고 했다. 장영석이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라고 할 정도로 소중한 변화였다. 시즌 초반의 맹활약이 내내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영석은 “성적이 다시 떨어지는 때가 오더라도, 지금 이 순간들을 기억해 놓고 그 때 다시 떠올리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유의 차분한 말투에 자신감을 실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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