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 3
팀 마샬 지음 | 윤영호 옮김
사이 | 346쪽 | 2만1000원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부연설명 필요 없는, 역사가 증명했던 이 말에 바다 대신 우주를 넣는다면 어떨까. 팀 마샬은 “달에 성공적으로 식민지를 건설하면 … 과거의 해양 강대국들이 누렸던 것과 같은 이점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샬은 전 세계 30개국에서 300만부 이상 팔린 <지리의 힘> 1·2권에서 각 지방의 지리적 요인으로 세계사와 현대 분쟁을 설명했는데, 3권에서는 우주를 무대로 한 패권 경쟁을 다뤘다.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우주를 처음 비행한 인간이 됐고, 미국의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우주를 둘러싼 냉전은 양 강대국 간 기술 경쟁의 모습을 띠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한 지금은 우주 공간에서 누가 주권과 소유권을 행사하느냐로 경쟁이 확대됐다.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은 “우주 공간은 … 한 국가가 전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2020년 미국 주도로 체결된 우주탐사 관련 협정인 ‘아르테미스 협정’은 “달에서의 활동이 인류 공동유산이라는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미국과 경쟁관계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70여개국은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민간 상업용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쓰이면서, 분쟁 현장은 지상에서 우주로도 확장될 여지가 생겼다. 스타링크가 중국의 방화벽을 우회해 인민들에게 인터넷 링크를 전송, 대규모 폭동을 조직하게 돕는다면, 중국은 이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뚜렷한 답이 없으므로 이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우주정거장을 보유한 중국, 우주군을 창설한 미국 등 주요국의 우주 역량도 소개됐다. 마샬은 한국에 대해 “뛰어난 기술력을 활용해 우주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2022년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두고는 “자체적인 로켓 발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정찰 정보를 얻기 위해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북한 인공위성의 관측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