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율곡로와 사직로 일대에서 종묘 정전 신주 환안 행렬이 세종대로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위패)를 모셨던 국보 종묘 정전이 20일 다시 문을 열었다. 공사 기간 창덕궁에 모셔졌던 신주도 종묘 정전으로 복귀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종묘 정전을 공개하고, 그에 앞서 왕과 왕비의 신주를 정전으로 모시는 환안제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종묘 정전은 1395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뒤 600년 넘게 왕실 제례가 열렸다. 1985년에는 정전이 국보로 지정됐고, 1995년에는 종묘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건물이 노후화돼 기와, 월대 일부가 파손되는 등 안전 문제가 확인되며 2020년부터 대대적인 보수·수리에 들어갔다.

종묘 정전이 문을 여는 것은 이로부터 약 5년 만이다. 덕수궁 구 선원전에 모셨던 왕·왕비의 신주는 창덕궁을 출발해 광화문, 세종대로, 종로를 거쳐 종로까지 약 3.5㎞를 행진했다. 전국에서 확보된 가마 28기와 말 7필, 시민행렬단 200명을 포함한 1100명이 함께 행진했다. 신주를 정전으로 다시 모시는 환안제는 고종 때인 1870년 이후 155년 만에 열렸다.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은 공장제와 수제 기와가 섞였던 지붕을 수제 기와 약 7만장으로 새로 채웠다. 기와 간의 무게가 달라 한쪽으로 하중이 쏠렸던 문제를 개선하고자 했다. 정전 앞에 깔린 시멘트 모르타르는 걷어내고, 수제 전돌(흙을 벽돌 모양으로 구운 건축재료)을 깔았다.

주요 목재는 광해군(재위 1608~1623) 대에 사용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종묘 정전은 1395년 창건 후 임진왜란으로 소실됐으나,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등에 따르면 광해군 때인 1608년 다시 건설됐다. 주요 목재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기록대로 광해군 때의 목재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보수 과정에서 상량문(上樑文)도 확인됐다. 상량문은 목조 건물을 짓거나 고칠 때 제의를 지내며 쓴 글이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4월 정전의 11번째 방에서 상량문을 찾았다.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는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이 열린다. 21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는 종묘 재건을 기념한 특별전 ‘삼가 모시는 공간, 종묘’가 열린다. 조선 왕실 제사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종묘대제도 6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2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종묘 정전까지 조선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 환안 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