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재균이 지난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 5회초 1사 2루 장성우의 좌익수 플라이볼때 3루로 뛰다 어깨에 볼을 맞고 괴로워하자 두산 허경민이 감싸 안아 주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3루수는 강습타구를 많이 처리해야 해 ‘핫 코너’로 불리지만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는 선수들이 다수 배치된 포지션이기도 하다. 지난해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허경민(두산)뿐 아니라 최정(SK), 황재균(KT) 등 국가대표를 경험한 선수들도 여럿이고, 송광민(한화)과 이원석(삼성) 등은 소속팀에서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다.
3루수의 타격이 팀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지 저하시키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리그 각 팀의 전체 OPS와 3루수 OPS를 비교하면, 3루수 OPS가 팀 전체 OPS보다 3푼(0.030) 이상 낮은 팀은 롯데뿐이었다. 대부분 3루수 OPS는 팀 전체 기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그 전체 OPS(0.803)는 리그 전체 3루수들의 OPS(0.806)와 비슷했다. 장타력뿐 아니라 출루율도 높은 최정을 보유한 SK는 3루수 OPS(0.950)가 전체 OPS(0.829) 보다 1할 이상 높기까지 했다.
올 시즌에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3루수의 타격 성적이 팀 전체 성적보다 처지는 경우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지난 15일 현재 SK만 여전히 3루수 OPS(0.805)가 팀 전체(0.672)보다 0.133이 높다. 그러나 이는 SK의 타격 성적이 워낙 나쁘다는 점에서도 기인한 결과다. SK는 15일 기준 팀 타율(0.231)이 최하위이고, 팀 OPS(0.672)도 최하위 KT(0.668)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8위에 올라있다.
롯데의 팀 OPS-3루수 OPS 격차는 여전히 0.051에 이른다. 오프시즌 외부 선수로 보강하는 대신 한동희, 전병우 등 기존 자원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얻은 결과다. 그러나 롯데보다 격차가 더 많이 나는 팀들이 존재한다. 키움(팀 0.743-3루수 0.637)과 NC(0.817-0.695)는 차이가 1할이 넘는다. 시즌 초반 양종민을 기용하다 김민성이 합류한지 열흘이 막 지난 LG의 경우는 3루수 OPS(0.334)가 팀 전체 OPS(0.670)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리그 전체 OPS(0.720)와 전체 3루수 OPS(0.674) 간에도 차이가 크다.
주전 3루수의 갑작스런 변화가 이같은 성적 변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키움은 지난해까지 부동의 주전이던 김민성을 떠나보냈고, LG는 스프링캠프 막바지에야 영입을 확정한 김민성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이 더 필요했다. NC는 지난해 모창민·노진혁 대신 수비가 더 나은 지석훈을 주로 3루에 배치하고 있다. KIA는 시즌 돌입 전 부상을 당했고 재발이 염려되는 이범호 대신 최원준을 3루수로 기용중이다.
문제는 팀이 믿었던 기존 자원들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정(0.220)과 허경민(0.243), 황재균(0.229), 이원석(0.220)의 타율은 타고투저가 완화됐다는 시즌 흐름을 감안해도 너무 낮다. 타율 0.264, 3홈런, 12타점의 송광민이 겨우 체면치레를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 팀들로서는 한파와 함께 식어버린 3루수들의 뜨거운 방망이가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살아나길 기다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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