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문승원(왼쪽)과 김광현. SK와이번스 제공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가 9일 현재 최하위 팀타율로 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는 데는 마운드의 힘이 컸다. 팀 평균자책이 2.86으로 LG(2.24)에 이은 2위, 선발 평균자책만 따지면 2.70으로 1위다.

모든 팀이 이기기 위해 마운드를 운용하지만 SK의 마운드 운용은 특히 더 디테일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된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염경엽 SK 감독과 손혁 투수코치가 세심한 운용의 일부를 털어놓았다.

SK는 이날 선발 등판하기로 했던 문승원을 10일 한화전에 등판시키지 않기로 했다. 아직 승리는 없지만 문승원은 전날까지 2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이 0.64에 불과한 SK의 사실상 에이스였다. 페이스가 좋아 한화 1선발 워윅 서폴드와의 대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지금 문승원을 한 번 더 쓰려다 보면 당분간 문승원은 상대 1선발과 연달아 상대할 수도 있다”며 “문승원을 1선발과 붙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염 감독은 “페이스가 좋은 투수를 한 번이라도 더 쓴다면 팀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문)승원이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라고도 했다.

손혁 코치가 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손 코치는 “승원이가 상대 1선발과 붙으면 자칫 시즌 전부터 했던 준비가 틀어질 수 있다”며 “더 좋은 투수와 맞붙으면 공을 더 정확하게 던지려고 애를 쓸테고, 그러면 최근 두번의 등판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승원이의 투구 패턴이 완전히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손 코치는 문승원에 대한 예를 하나 더 들었다. “승원이가 지난해까지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 안들어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승원이의 커브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아도 상대 타자 헛스윙을 유도할만큼의 위력이 있어요. ‘스트라이크존에 넣지 못하더라도 신경쓰지 말라’면서 커브 투구 비중을 높였고 그게 올해 효과적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실제 문승원은 지난해 15%에 못미치던 커브 구사율을 20%대까지 끌어올렸고 제구에 대한 지나친 염려를 줄인 덕인지 두번 다 좋은 피칭을 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진 덕이었다.

SK의 1선발이지만 등판 기록이 들쭉날쭉했던 김광현에 대한 설명에서도 디테일이 묻어났다. 김광현은 개막전 6이닝 4실점 후 지난달 29일 고척 키움전에서 6이닝 2실점, 시즌 첫 승을 따내며 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직전 등판이던 4일 문학 롯데전에서는 5이닝 9안타 4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손혁 코치는 “김광현이 등판일 불펜에서 몸을 풀 때 시간이 많이 남는 것 같았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경기 시작 30분전이었떤 불펜 피칭 시작 시간을 5분 정도 미뤄보자고 했다”며 “그러더니 김광현이 불펜에서 몸 푸는 시간을 더 줄여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에 끝냈다. 그러면서 불펜 피칭 후 루틴이 조금 흐트러진 것 같더라”고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SK는 김광현에게 등판 전 불펜 피칭 시작 시간을 종전으로 돌리고, 대신 더 여유롭게 몸을 풀도록 지시해뒀다. 손 코치는 “물론 최근 투구 내용이 전적으로 등판 전 루틴 때문인 것은 아니겠지만 좋았을 때로 되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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