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시환. 연합뉴스

“경기에서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다만 엄청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지난 6일 사직 롯데전에서 고졸 신인 내야수 노시환(19·한화)을 경기 도중 포수 자리에 기용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한화는 이날 선발 포수 지성준을 6회말 수비 때 최재훈으로 교체했는데, 최재훈이 첫 타자 오윤석의 파울타구에 목 부위를 맞아 심한 고통을 호소해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을 맞았다. 1루수를 보던 노시환이 부랴부랴 포수 장비를 갖춰입어야 했다.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노시환은 “고등학교 때 팀 포수가 다쳐서 잠시 포수 훈련을 병행한 적이 있다. 주말리그에서 2경기 정도 출전했다”면서도 “프로에 와서 포수를 보게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한 탓에 노시환은 포크볼 등 변화가 불펜투수들의 공을 여러차례 백스톱으로 흘려보냈다. 7회 한화는 폭투 2개를 범하고 롯데에 3점을 내줘 7-9로 패했다. 그러나 한용덕 감독은 “한 경기를 내주더라도 선수에게 경험치를 쌓을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노시환도 “코치님들도 선배님들도 ‘네가 하고픈 대로 하라’며 용기를 주셨고 호흡을 맞춘 투수 선배님들도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셔서 힘이됐다”고 말했다.

한화 노시환이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잡고 있다. 대전 | 윤승민 기자

깜짝 포수 출장이 가장 큰 화제였겠지만 노시환은 4월 첫 주 공·수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했다.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출전하기 시작했는데 기존 선배들 부럽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 2~7일 18타수 8안타, 주간타율이 0.444를 기록했고 프로 데뷔 첫 홈런도 신고했다. 지난 5일과 6일 두 경기에서 2타점씩을 기록했다. 경험 많은 프로 투수들을 상대로 한 거침없이 스윙이 일품이다. 홈런을 포함한 적시타 4개 중 2개는 속구, 2개는 슬라이더를 받아쳐 만들어냈을 정도로 구종을 가리지 않는다.

주눅들지 않는 과감한 스윙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지만 삼진도 적지 않다. 한화 타자들 중 제라드 호잉(16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3차례 삼진을 당했다. 그럼에도 노시환은 지금의 스윙을 유지할 참이다. 노시환은 “타격코치님이나 선배님들이 ‘맞히기에 급급한 스윙을 하면 오히려 더 맞히기 힘들어진다’고 하셨다”며 “아직 프로 투수들의 변화구 궤적에 익숙하지 않을뿐이다. 더 경험을 쌓으면 삼진도 줄어들 것”이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아직 시즌 초반 10여경기를 치렀을 뿐이긴 하지만 노시환은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받았던 기대를 그라운드에서 조금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주포 이성열의 부상으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이제는 한용덕 감독이 이성열 복귀 후에도 노시환을 활용할 방책을 고심하고 있을 정도다. 다만 노시환은 “부상당한 선배님들이 많아 그 자리를 잘 메우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며 “선배들의 수싸움이나 변화구 대처능력을 보면서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