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종로구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수사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대한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제수사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수본에 수사를 맡기자고 나섰지만 ‘기대 반, 걱정 반’인 터다. 국수본이 수사 성과를 내야 악재인 ‘LH 투기 의혹’을 해소하고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을 놓고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의 명분까지 얽혀 있어 여당으로선 국수본에 ‘명운’이 걸린 분위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국토교통부·LH·관계 공공기관 택지개발 관련부서 직원 및 가족 토지거래 1차 조사가 곧 발표될 것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 명의 거래에 대해 모든 것을 밝혀낼 수 있겠지만, 가족·친인척 명의를 포함한 가명·차명 거래에 대해서는 강제수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한다”며 “현행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가·차명거래는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대표가 참석한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도 강제수사에 대한 공감대가 오갔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을 주체가 검찰이 아닌 국수본이라는 점이다. 국무조정실 주도의 1차 조사에는 개인정보 동의가 필요했고 가명·차명거래까지 들여다보기는 어려워 강제수사 기관의 수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당 고위 관계자는 강제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이 ‘정부가 적당히 조사를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며 “반면 차명·가명거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공공기관 직원·가족의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부동산 투기사범 특수단’을 출범해 수사 의뢰에 대비하고 진용을 꾸린 국수본이 ‘투기 세력 발본색원’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시선에서는 불안함이 감돌고 있다. 국수본이 얼마나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국수본의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운명은 엇갈릴 수 있다. 수사 대상은 여권에 악재로 돌출한 부동산 투기 문제이고, 수사의 주체인 국수본도 여권이 주도한 ‘검찰개혁’ 및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것이다. 수사 결과는 곧바로 4월 재·보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악화하고 있는 민심과 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수사권 조정에 따라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찰의 ‘6대 범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4급 이상 공무원 및 주요공직자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부패·공직자범죄인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거래 금지 등 경제범죄인지는 아직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 LH 투기 의혹은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6대 중요범죄’에는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썼다. 검찰에게 이번 사건의 ‘운전대’를 맡기지 않겠다는 뜻이 읽힌다.

반면 안팎에서는 출범 후 사실상 첫 대형 사건을 맡는 국수본의 수사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대형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많은 검찰이나 감사원이 나서서 조사해야 발본색원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야당도 연일 해당 사건을 검찰과 감사원이 맡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의 대권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7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역대 신도시 투기 의혹은 검찰이 주도해 대규모 수사에 나섰다. 총리실, 국토부 조사처럼 등기부만 보면서 땅 샀는지 말로 물어봐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을 보탰다.

당 안팎의 불안한 시선을 인식한 듯 당지도부는 이 같은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선대위 회의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LH 관련 수사가 걱정된다는 얘기를 하시는 분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과도기여서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이런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검경이 협력하고 합동하는 수사 모델을 국민들께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지만, 검찰개혁 측면에서도 좋은 성과물이 될 수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개혁의 효과도 증명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