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세혁이 지난달 26일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 2군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1년 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봤을 때보다 올해 박세혁(30·두산)에게선 여유가 느껴졌다. 지난해 박세혁은 ‘첫 주전 포수’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전임자는 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한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였다. ‘두산 전력의 반’이라는 평가까지 듣던 양의지 대신 박세혁이 두산을 우승팀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었다.

두산의 2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일본 미야자키에서 지난 2일 만난 박세혁은 한 해 전 캠프를 돌아보며 “지난해 캠프에는 제 것만 하기에 바빴다. 저 혼자만 생각하고 경기를 치렀고 운동했다”고 말했다. ‘주전급 포수’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박세혁이 강팀 두산을 이끄는 포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많았다. 박세혁 스스로에게도 주전으로 보내는 첫 해는 ‘미지수’ 같았다.

고생과 노력의 결과는 빛났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팀의 역전 우승을 확정하는 끝내기 안타를 쳤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야구 대표팀 선발까지 경험했다. 한 해 동안 박세혁을 때로 호되게 질책하고 격려하며 ‘밀당’을 했던 포수 출신 김태형 두산 감독이 박세혁을 MVP로 뽑기까지 했다. 박세혁은 “감독님이 저를 믿고 한 시즌을 써주신 게 감사하다. 제게 때로 모질게 대하면서까지 대해주셔서 지난 시즌을 잘 치렀고, 앞으로 성장할 밑거름이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박세혁은 지난해 외인 투수들에게도 배웠다. 20승을 거두고 리그 MVP를 차지한 뒤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룬 조쉬 린드블럼은 승수를 하나씩 쌓아갈 때마다 박세혁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세혁도 린드블럼과 호흡을 맞추며 많은 것을 알아갔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던 건 린드블럼이 그만큼 준비된 투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좋은 공을 받으면서 로케이션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고 했다. 린드블럼 못지 않게 강한 승부욕을 보였던 세스 후랭코프와도 함께 시즌을 보내면서 박세혁은 “언제 공격적으로 승부할지, 또 언제는 피해가야할지를 외인 투수들과 호흡 맞추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두산 박세혁(왼쪽)이 지난달 26일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 2군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포수 왕국’ 두산의 최일선에 선 포수가 된 올해 박세혁은 책임감이 커졌다. 박세혁은 “팬들이 제게 바라는 부분이 더 커졌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프로 선수이고 주전 선수라면 당연히 그 기대를 채워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박세혁은 자신이 지난해 도움받았던만큼 올해는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두산 마운드를 짊어져야 할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프렉센에게 팀 동료로서, 리드하는 포수로서 더 다가가기로 했다. 박세혁은 “올 시즌 우리 팀에서 첫 해를 보내게 될텐데, 지난해 주전 포수 첫 해를 보낸 나와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혁보다 나이가 많았던 지난해 외인 투수 둘과 달리, 알칸타라는 28세, 프렉센은 26세로 모두 박세혁에겐 동생들이다.

박세혁은 둘에 대해 “어린만큼 우리 팀 젊은 선수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며 “공을 받아봤는데 모두 좋았다. 의심할 것도 없고 믿고 한 시즌 끌고가려 한다”고 말했다. 강점은 확실하다. 박세혁은 “알칸타라는 KT 시절 상대했을 때 높게 뜨는 속구가 위력적이었다. 저도 그 공에 삼진을 많이 당했다”며 “프렉센은 큰 키에 공을 놓는 지점도 높다. 잘 이용하면 좋은 피칭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께 시즌을 치러야 할 백업 포수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주기로 했다. 박세혁은 “(이)흥련이나 (장)승현이도 워낙 좋은 선수들이다. 지난해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지난해에도 여러모로 둘에게 많은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올해도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캠프 출발 일주일을 앞두고 전격 합류한 베테랑 포수 정상호의 존재는 힘이 된다. 박세혁은 “베테랑 특유의 안정감과 많은 포스트시즌 경험에서 배울 게 있다. 서로 몸 만드는 이야기, 페이스 어떻게 올릴지 등등을 자주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두산 박세혁이 지난달 29일 일본 미야자키 사이토구장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연습을 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이렇게 도움을 주고 받는 이유는 단 하나, ‘2년 연속 통합우승 포수’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다. 박세혁은 “한국야구에 통합우승을 2년 연속 경험한 포수가 몇 분 안계신다고 들었다”며 “지난해 했던 실수를 올해도 반복할 수 없다. 2연패를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지난해 걱정과 우려 섞인 시선을 받으면서 뛰었습니다. 올해는 그렇지 않겠죠. 더 자신있게 할 겁니다.”

미야자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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