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남쪽 큐슈, 큐슈에서도 남쪽에 자리한 미야자키는 최근 낮기온이 20도에 달하지만 날이 흐리고 바람이 차다. 지난해의 KT 유니폼을 벗고 새로 두산맨이 된 외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28)는 오전에 비가 내린 지난달 29일 쌀쌀한 날씨에도 반팔 셔츠 차림으로 실외 훈련을 소화했다. 알칸타라는 “몸에 열이 많이 나서 그랬을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지만, 두산의 외인 에이스 역할을 해야한다는 자신감도 함께 뿜어져 나왔다.
두산이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른 사이토구장에서 만난 알칸타라는 “팀에서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기대치에 부응해 팀 에이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말 알칸타라와 계약하면서 “부상경력이 없는 이닝이터로 유연성이 월등하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 비율도 1.41개로 2위였고 2600개 이하의 공으로 170이닝을 넘게 던진 리그 유일한 투수”라며 높이 평가했다. 알칸타라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알칸타라는 실전 등판에서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드높였다. 지난달 26일 요미우리 2군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개막까지 한달여가 남은 상황에서 최고구속을 시속 152㎞까지 끌어올린 점은 고무적이었다. 비록 볼넷 2개를 내주긴 했지만 캠프 기간 보여줬던 구속보다 시속 2㎞ 정도는 더 끌어올린데 대해 김태형 두산 감독도 만족을 표했다.
이날 등판은 알칸타라에게도 뜻깊었다. 새로 몸담은 두산이 왜 강한 팀인지가 더 피부에 와닿았다. 알칸타라는 빗맞은 안타에 갑작스런 제구 난조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어진 위기에서 1루수 오재일이 정면 직선타구를 잡아줘 실점없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알칸타라는 “오재일이 직선타도 잘 잡아줬지만 번트 수비도 잘해줬다”며 “그 때부터 ‘역시 두산은 수비가 다르구나’라는 확신을 갖고 투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선 무사 1·2루에서 상대의 번트 타구가 투수와 전진수비하던 1루수 오재일 사이로 빠질 뻔했는데, 오재일이 무릎을 꿇은채 미끄러지며 타구를 잡아 재빨리 1루에 송구한 장면도 알칸타라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넓은 잠실구장과 두산의 안정된 수비는 투수들에게 기대 이상의 결과를 안겨준다는 분석이 많다. 알칸타라는 두산 선수단을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다. 알칸타라는 “나는 원래 맞춰잡는 투수다. 두산의 좋은 수비가 있어 시즌 때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해 두팔 벌려 환영해준 선수들 덕에 적응도 순조롭다. 투수조장 유희관이 알칸타라뿐 아니라 다른 외인 투수 크리스 프렉센까지 잘 챙기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알칸타라를 스페인어 말동무로 맞게 된 덕분에 쿠바 출신 외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도 지난해보다 밝은 표정으로 지내고 있다. 알칸타라와의 인터뷰가 한창 진행중일 때 페르난데스가 다가와 기자처럼 마이크를 건네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알칸타라도 페르난데스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페르난데스가 두산 팀 고유의 규칙을 잘 설명해줬다. 캠프 때도 숙소에서 함께 콘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고 했다. 기자를 자처한 페르난데스의 농담이 이어지자 “야구 게임인 ‘MLB 더 쇼’를 주로 한다. 열아홉판을 했는데 내가 열판을 이겨 우위에 있다”며 재치있게 응수했다.
주위를 둘러싼 좋은 환경 덕에 알칸타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 두가지를 정할 수 있었다.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인 12승을 넘어서고 싶다”는 게 첫 목표다. 지난해 KT에서 11승(11패)을 거뒀던 알칸타라는 2013년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싱글A를 거치는 동안 한해 12승(6패)을 한 차례 달성한 바 있다. 알칸타라는 KT 때 상대했던 두산 타선이 “빈틈없고, 실투를 용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든든한 두산의 야수진을 등에 업고 자신의 활약을 더한다면 알칸타라의 또 다른 목표인 ‘팀 우승’도 더욱 가까이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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