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발·뛰어난 판단력으로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 외야수비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서 2번 타자로 ‘기동력 야구’ 기대감 높여
“다이빙 캐치 하나가 보이는 것 이상의 원동력 됐다고 생각해”
정수빈(30·두산)을 떠올리면 타석에서의 모습보다는 드넓은 외야 그라운드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그려진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 뛰어난 타구 판단능력으로 야구팬들의 기억에 남는 다이빙 캐치를 여러 차례 선보여온 정수빈은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 외야수비로 자리 잡았다. 신인 때부터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현재까지도 정수빈은 매 시즌 수비 하이라이트 영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정수빈의 타격폼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건 그에 비해 쉽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즌 중이라도 언제든 폼을 바꾼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2014년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인 서건창(키움)을 따라 배트를 쥔 손을 몸에 바짝 붙이고 상체를 웅크렸던 타격폼, 군 전역 후 2018년 치른 한국시리즈에서의 방망이를 극단적으로 짧게 잡았던 ‘반(半)도류’ 타격폼 모두 옛날 일이 됐다. “제가 타격을 잘하는 선수는 아니잖아요. 그냥 안 맞으니까 바꿨어요.” 지난 1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들은 정수빈의 답은 간명했다.
정수빈을 신인 때부터 지켜본 두산 관계자들도 정수빈의 타격폼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변화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시즌 말미에는 타격 준비 때 배트를 쥔 손을 어깨 위로 높이 들었는데, 올해는 준비자세 때 손을 다시 가슴팍 정도로 내린 채 타석에 선다. 그러다가도 정수빈은 오른발을 들 때쯤 배트를 든 손을 뒤로 빼는 동시에 어깨 위 높이까지 올라간다. 2014년의 ‘서건창 폼’과는 또 다르다. ‘자기 폼을 정립해야 하지 않느냐’는 조언이 따랐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정수빈은 “제가 타격 성적이 좋은 선수가 아니기에 변화를 준다. 나는 그런 선수”라며 “타격폼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없다. 아마도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 계속 변화를 주며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낮췄지만 정수빈을 향한 두산의 기대치가 낮지는 않다. 지난달 25일 일본 세이부와의 연습경기 때 2번타자로 나서 3루타와 2루타를 각각 하나씩 터뜨리더니 지난 2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도 다시 백팀 2번타자로 2루타 두 개를 쳐냈다. 특유의 빠른 발도 거들었지만 타구 비거리도 짧지 않았다. 쾌조의 타격감이 정규시즌까지 그대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수빈의 타격감이 유지된다면 2번에 두고 기동력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수빈 역시 자신의 기동력 그리고 수비가 자신의 장점이자 가치라는 걸 안다. 수비와 주루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빛나고 말에 힘이 실린다. 정수빈은 “타격이 잘 되지 않아 수비와 주루로 메꾼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수비와 주루 능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왔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타격 능력이 좋아야 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마련이지만 정수빈은 많은 구단이 탐을 낼 만한 최고의 수비수로 FA 자격 취득까지도 눈앞에 두고 있다.
선수들의 수비 능력을 중요시해왔던 두산에서 신인 때부터 기회를 얻고, 모든 요소를 고루 발전시킨 덕분이다. 정수빈은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는 다이빙 캐치 하나가 보이는 것 이상의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그런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두산이 매년 상위권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수빈의 가치는 악바리 같은 자세로 더욱 빛난다. 지난해 4월 말 불의의 사구(死球)를 맞아 늑간이 부러지고 폐에 피가 고였던 정수빈은 복귀까지 6주가 걸린다는 예상을 깨고 23일 만에 돌아와 두산의 후반기 대반격을 도왔다. 정수빈은 “크게 아프지 않으면 뛴다. 그냥 조금 ‘불편하다’는 느낌이 있는 정도면 뛰는 스타일”이라며 투지의 배경을 전했다.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타구를 어떻게든 몸을 날려 잡아내는 그만의 호수비도, 좋은 타격을 위해 타격폼을 숱하게 바꾸는 것도 그런 악바리 근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수빈이 팬들의 사랑을 오랜 세월 받고 있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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