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선수들은 첫 우승에도 생각만큼 눈물을 펑펑 쏟지 않았다. V리그 여자부에서 3전4기만에 얻은 첫 우승이었는데도 그랬다. 5세트하고도 막판 뒤집기 끝에 승리를 따낸 1차전의 감흥이 도로공사에 더 컸기 때문이었다.
지난 23일 1차전 5세트, IBK기업은행이 14-10으로 앞선 상황.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승리를,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패배를 받아들일 채비를 했다. 기업은행이 1점만 내도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따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도로공사는 14-14까지 따라붙었다. 한 점을 주고받아 15-15가 된 상황에서 ‘해결사’ 박정아의 퀵오픈과 기업은행 매디슨 리쉘(등록명 메디)의 범실이 이어졌다. 막판에 승부가 뒤집혀버렸다.
우승에 필요한 3승 중 1승 주인이 먼저 갈린 것일뿐이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여기서 기세를 타 남은 2경기도 내리 이겼다. 오히려 2·3차전은 모두 3-1로 비교적 쉽게 이겼다. 그나마 2차전에선 대부분 세트에서 접전과 추격이 이어졌는데, 3차전 마지막 세트는 25-12로 싱겁게 끝났다.
그래서인지 김종민 감독은 27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챔피언전 우승을 확정지은 뒤 인터뷰에서 얼굴에 미소를 띄면서도 “1차전을 너무 극적으로 이겨서, 우승이 확정돼도 생각보다 기쁘지는 않다”고 했다.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 박정아도 “언니들(이효희-정대영)이 우승 확정 후 울 줄 알았는데 울지 않았다”며 1차전의 감흥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 평소에 진짜 안 우는데, 1차전 끝나고는 울었어요.”
돌이켜보면 1차전은 패배하는 팀이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패한 기업은행은 5세트 14점을 먼저 내고도 져 후유증을 겪었다. 도로공사는 이날 1·2세트를 먼저 따고도 3·4세트를 기업은행에 내줬다. 만약 기업은행이 이겼다면 1차전부터 ‘리버스 스윕’ 승리를 하게 돼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김종민 감독도 “1차전을 이기면서 ‘우리가 3승으로 우승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리베로 임명옥 역시 “1차전이 중요했고, 그날 좋은 경기를 했던게 지금 우승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농담을 건넸다. “저희는 그날(1차전) 이미 우승했어요.” 함께 인터뷰한 도로공사 선수들이 함께 소리내어 웃었다. 그저 재밌는 말이라서 웃은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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