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생활 7년만에 선수들에게 ‘즐기라’고 해줬어요.”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이 코트 위에서 좀처럼 웃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본인은 매년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도 선수들에겐 어려운 감독이기만하다. 매 경기를 ‘전쟁’으로 , 상대 팀을 ‘적’으로 비유하며 장수처럼 매 코트에 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스스로 선수들에게 ‘즐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2017~2018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2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렸기에 그만의 대책을 냈다. 2차전이 끝나고도 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넘어갔다고 한다. 27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챔피언결정 3차전을 앞두고 이정철 감독은 “최근에 선수들에게 이렇게 대한 적은 드물지 않나 생각 들었다”고 했다. 정작 본인은 즐길 수 없다고 했지만 말이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그렇게 말했지만… 저는 못즐기죠. 표시도 못내고…”
그러면서 이정철 감독은 진 경기를 머릿 속에서 떨쳐내지 못했다. 5세트, 듀스 접전 끝에 내준 1차전이 여전히 못내 아쉬운 듯했다. “자다가도 1차전만 생각하면 벌떡 깬다”고 했다. 이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고비를 못 넘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세트 14-1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뒤지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며 “2차전 3세트 때도 볼처리가 하나 제대로 안돼서 20-20이 될 상황에서 21-19로 뒤지는 상황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스코어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걸 보면서 그가 느꼈을 아쉬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3차전 선발 라인업에도 변화를 줬다. 선발 세터로 염혜선 대신 이고은을 쓰고, 김희진은 센터가 아닌 라이트로 먼저 기용한다고 했다. 선발 라인업 변화를 얘기하면서도 이정철 감독은 “적이 먼저 알 것 같은데… 얘기해야 합니까”라고 했다. 남다른 승부욕은 감추지 못했지만, 선수들에게는 다시 한 번 “경기 결과를 떠나서 좀 신나게 뛰어주면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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