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챔프전, IBK기업은행에 3연승
ㆍ29표 중 26표 얻은 박정아 MVP
ㆍ김종민 감독 “선수들 희생의 결과”
IBK기업은행 매디슨 리쉘(등록명 메디)의 후위공격이 한국도로공사 배유나의 블로킹에 막힌 순간, 도로공사 선수들이 일제히 코트로 뛰어나왔다. 큰 원을 그리며 신명나게 빙빙 돌았다. 1970년 창단한 도로공사 배구단은 그렇게 48년 만에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도로공사는 27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기업은행을 3-1(26-24 25-16 21-25 25-12)로 이겼다. 5전3승제의 챔피언전에서 3승을 내리 따내며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1차전처럼 이날도 ‘문정원 타임’이 도로공사의 승리를 불러왔다.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따낸 도로공사는 2세트 메디를 앞세운 기업은행에 5-8까지 끌려갔으나 문정원의 서브가 기업은행의 리시브를 다시 흔들었다. 10-8로 역전에 성공한 끝에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섰다. 도로공사는 3세트를 내줬지만 4세트에 박정아(사진)와 이바나 네소비치가 총 12점을 몰아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지난 시즌까지 도로공사는 V리그 여자부 6개팀 중 유일하게 우승 이력이 없는 팀이었다. 13번의 V리그 시즌뿐 아니라 프로 출범 이전인 대통령배 배구대회와 슈퍼리그 때도 우승해본 적이 없었다. 공기업 특성상 대기업 구단보다 투자에 인색했던 탓이다.
2014~2015시즌을 앞두고는 움직였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우승청부사’ 세터 이효희, 센터 정대영을 동시 영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9년 만의 챔피언전에서 기업은행에 져 준우승에 머물렸다.
하지만 그때의 실패는 자산이 됐다. 두 노장이 우승 꿈을 위해 팀에 남았고, 센터 배유나와 박정아가 새롭게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이바나도 영입했다. 시즌 초반 흔들렸지만 팀이 조직력을 갖춰가며 이내 8연승 바람을 타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첫 우승을 향한 절박함으로 무장한 도로공사는 챔피언전에서도 굳건했다. 챔피언전을 앞둔 가운데 리베로 임명옥이 모친상을 당했지만, 도리어 팀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 1차전 5세트에서는 10-14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듀스 접전까지 끌고 가더니 첫 승을 따냈다. 그 흐름을 3차전까지 이어갔다. 3년 전 상대편에서 도로공사를 공략했던 박정아가 이번엔 도로공사 우승의 최고 수훈갑이 됐다. 1차전 27점, 2차전 24점에 이어 최종 3차전에서도 19점을 올렸다. 투표인단 전체 29표 중 26표를 받아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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