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은 대표는 27일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에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배치하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8월말 취임해 당직을 인선한 이후 가장 큰 개편이다. 지난 2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와 2차 체포동의안이 올 상황을 고려해 당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차기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조정식 사무총장은 유임돼 비명계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호남 몫 임선숙 지명직 최고위원 후임에 송갑석 의원이 지명됐고, 정책위의장에 김민석 의원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에 출마해 수도권·친명계 일색 지도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뒤 비명계로 분류돼 왔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86세대 운동권 출신이지만 2000~2010년대 긴 공백기를 거쳐 계파색은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탈표에 대해 “단일대오에서 이탈한 정치행태는 실망을 넘어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위 수석부의장에는 김성주 의원이,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에는 박상혁 의원이, 전략기획위원장에는 한병도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 이들은 이 대표와 가까운 ‘7인회’ 출신 김병욱·김남국·문진석 의원의 후임을 각각 맡게 됐다. 수석대변인에 권칠승 의원, 대변인에 강선우 의원도 각각 임명됐다. 기존 대변인단에서는 박성준·한민수 대변인만 유임됐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 후 당직개편에 대해 “통합, 탕평, 안정을 고려했다. 이 대표가 이 세 가지를 직접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해온 송갑석 의원과 친문재인계(한병도·권칠승)와 정세균계(김성주) 등을 두루 인선해 친명 일색 지도부에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다만 비명계가 주장했던 조정식 사무총장 교체는 없었다. 박 대변인은 조 사무총장에 대해 “일을 잘 해오셨고, 평이 매우 좋았다. 사무총장으로 안정을 추구하고 당내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추가적인 당직개편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직개편에 대해 “누군가를 만족하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교체 등 대대적인 인적 개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당직개편은 지난달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당내의 무더기 이탈에 대한 수습책 차원으로 보인다. 당직개편으로 당내 화합 모양새를 취재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올 경우 이탈표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비명계에서는 인선 폭과 면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탕평보다는 방탄정당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중요했는데 이번 인선에서는 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방탄정당으로 계속 가면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온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은 “친문계가 포함됐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인사들이 얼마나 포함됐는지가 중요하다”며 “당직에 합류한 의원들 중 송갑석 의원을 빼면 이 대표를 비판한 사람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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