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의 몸값에는 그 선수의 기대치가 반영돼있다. 좀 더 비싼 돈을 주더라도 더 좋은 외국인을 뽑아야 한다는 풍토가 최근 자리잡았다. 그런면에서 한화의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28)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건 사실이다. 휠러의 올해 연봉은 47만5000달러(계약금 10만달러)로, 최고 연봉 외국인 헥터 노에시(KIA·200만달러)의 4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시즌 첫 등판에서 휠러가 선보인 투구는 ‘가격 대비 성능’으론 최고였다.
휠러는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2차전에서 선발등판해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시범경기에서 이미 선보였던 특유의 투구 동작에 넥센 타자들은 맥을 못추는 듯했다. 투구판 1루쪽을 밟은채 들어올린 오른발을 1루쪽으로 살짝 비틀어 타자에게 등이 살짝 보이도록 투구했다. 투구하는 팔스윙도 빨라 상대 타자들에게 공을 오랜 시간 숨긴 뒤 뿌릴 수 있었다.
최고구속은 시속 143㎞에 그쳤지만 포심·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사사구 2개는 모두 박병호에게만 내줬다. 상대 팀 강타자에게 끝까지 좋은 공을 주지 않으려다 나온 결과다. 박병호의 몸쪽으로 143㎞ 직구를 꽂아넣는 대담함도 선보였다.
연속 안타는 단 한 개도 맞지 않았다. 6회말 1사 2루에서 3번 김태완-4번 박병호를 차례로 상대했지만 모두 외야 뜬공으로 잡아냈다. 7회말 2사후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하자 힘에 부친 듯 넥센 7번 김민성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8번 이정후를 우익수 뜬공으로 잘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한화 타선은 넥센 마운드를 상태로 11안타를 몰아치며 휠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전날 베이스를 밟지 않은 채 송구를 받아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송광민은 3안타를 몰아쳤다. 3안타가 모두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나와 타점도 2개 올렸다. 3-1로 쫓긴 8회초에는 하주석이 우월 솔로포를 날려 승부의 추를 한화로 기울였다. 8회 투수 4명을 이어 투입해 넥센 타선을 봉쇄한 한화는 9회말 마무리 정우람이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 4-1로 이겨 개막전 패배를 설욕했다.
휠러는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상황에 따라 달리 결정구로 썼는데 잘 통했다”며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매 타자에게 공격적으로 승부한 게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박병호와 미네소타에서 함께 뛰어 잘 안다던 휠러는 “박병호가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신경써서 승부했다”며 “팀이 시즌 첫 승리를 하게 돼 더 기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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