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부상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유니폼도, 스타일도, 보직도 겨우내 모두 바뀌었다. 당황스러울법도 하지만 일단 시작은 좋다.
삼성 한기주(31)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개막전 두산과의 경기에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홀드를 챙기며 기분좋은 삼성 데뷔전을 치렀다.
한기주는 삼성이 두산을 4-3으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경기 초반 4점을 먼저 뽑았지만, 중후반 상대에게 3점을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 그간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한기주는 삼성의 필승조로 중요한 접전 상황에 등판했다.
아직도 신인 최고액 계약금으로 남아있는 10억원을 받으며 KIA 유니폼을 입은 한기주는 데뷔 초 마운드에서 150㎞가 넘는 패스트볼을 씽씽 뿌렸다. 데뷔 시즌인 2006시즌 10승11패 8홀드로 ‘필승조’로 팀의 4강 진출에 기여했고, 2007시즌 25세이브, 이듬해 26세이브로 팀의 마무리를 꿰찼다. 그러나 팔꿈치를 비롯한 숱한 부상이 찾아왔고, 한기주는 예전같은 필승카드로 활약하지 못했다. 2017시즌 KIA가 8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한기주는 단 한 차례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겨울 트레이드로 삼성에 합류한 한기주는 두텁지 않은 삼성 마운드에서 필승조를 맡았다. 일찍 찾아왔다 끝난 전성기 때의 구위나 구속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세 타자를 땅볼 2개와 뜬공 1개,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첫 타자였던 대타 국해성이 1루 땅볼을 치자, 한기주는 재빨리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 아웃시켰다. 한기주의 호투를 바탕으로 삼성은 이어진 9회초 두 점을 더 뽑았고, 심창민의 깔끔한 마무리를 더해 강팀 두산을 개막전에서 잡아냈다.
한기주는 개막전에서 중요한 순간에 나와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는데도 “점수로 매겨보면 70점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덤덤히 “야구는 다 똑같더라”면서도 “그래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라 조금 긴장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간 부상으로 보낸 세월이 길었기 때문인지 한기주는 “스프링 캠프 때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맞춰 시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목표가 “부상당하지 않고 한 시즌을 잘 치르는 것”이라고 할 땐 부상에 대한 지긋지긋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면서 “몸상태가 괜찮다”고 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한기주의 각오는 짧지만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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