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주 최장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에 국민적 반발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주 4.5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의당도 노동시간 단축에 동의한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을 두고는 기업은 물론 노동자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야당도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입장이어서 이른 시간 내 입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과로사로 내모는 노동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주 4.5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정보기술(IT) 노동자들과 간담회에서 “대선에서 말씀드렸던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해나가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주 4.5일제를 추진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서 4.5일제로 점진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다음주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 4.5일제는 민주당의 20대 대선 공약으로 지난해 1월 이재명 당시 후보가 발표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7월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강훈식 후보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의당도 노동시간 단축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심상정 의원은 20대 대선 후보 당시 주 4일제를, 2017년 19대 대선 후보로는 주 35시간제를 각각 공약으로 발표했다.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구호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졌던 노동시간 단축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 발표 후 다시 소환된 것이다.
야당은 국내 기업과 해외의 사례를 들어 주 4일제나 주 4.5일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내 기업 중에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형태의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기업 에듀윌이주 4일제,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 카페24는 격주 주 4일 근무를 도입했다. 해외에서는 아이슬란드가 국가 차원에서 전체 노동인구의 1%를 대상으로 2015~2019년 주 4일제를 시범적으로 시험했다. 스웨덴, 스페인, 벨기에, 스코틀랜드 등 몇몇 유럽국가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실험이 시행됐다. 일본 자민당도 2021년 주 4일제를 추진했다.
국내에서는 근로기준법상 주 5일 근무가 명문화돼 있지는 않다. 근로기준법 50조1항에 1주 근로시간(휴식시간 제외)을 최대 40시간, 2항에 1일 근로시간을 최대 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강훈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 근로시간을 최대 36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정의당은 20대 대선 공약집에서 1주 근로시간 최대치를 3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사회적 공론화와 1년간의 시범 운영 및 결과 분석 후 입법에 들어간다는 구상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주 4.5일제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노동시간 단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노동시간 단축에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업종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건강 등 삶의 질을 개선하지만 임금 삭감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산직이나 저임금 노동자들은 이를 반기지만은 않는다. 실제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 중인 기업들은 대체로 IT 업계에 속해 있다.
정의당이 지난 대선 당시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최근 들어 주 69시간에 반대할 뿐 주 4일제 도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4.5일제 도입은 정부의 주 69시간제에 맞대응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임금 문제를 비롯해 노동문제 전반이 함께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성환 의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인데 주 4.5일제를 52시간제처럼 당장 의무화하기는 어려운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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