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호세 페르난데스(왼쪽)와 정수빈이 지난달 29일 일본 미야자키 사이토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2차 스프링캠프 중 러닝훈련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올해도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인 두산은 시즌 후 주요 선수들의 FA 자격 신청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올 시즌만큼은 여유가 넘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엔트리에서 누구를 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선수층에 여유가 있다. 선발 로테이션은 스프링캠프 출발 전부터 어느 정도 꾸려졌다. 김강률이 시즌 내 복귀할 불펜진에도 윤곽이 잡혀있다.

타순을 놓고서도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재환의 미국행이 무산됐으나 덕분에 선발 라인업이 지난해와 달라질 게 없다. 달라질 여지가 있는 건 하나, 테이블세터를 어떻게 꾸리느냐다.

최근 일본 미야자키 두산 2차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타순에 대한 구상을 물었을 때 “1·2번 타순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선수가 없어서 고민을 하는 건 아니다. 여러 카드를 염두에 두고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한 고심에 가깝다.

지난 시즌에는 1번 타순에 허경민과 박건우, 정수빈 등이 주로 섰다. 허경민이 가장 많은 58경기에 출전했으나 정수빈과 박건우도 40경기 안팎으로 고르게 나섰다. 2번 타순은 호세 페르난데스의 차지였다. 90경기에서 선발 2번타자로 나섰다. 리그에서 90경기 이상 2번타자로 선발출전한 선수는 김하성(키움·106경기)과 한동민(SK·92경기)을 포함해 세명뿐이다. 올해는 여기에 조금 더 변화를 줄 계획이다. 지난해 최다안타를 기록한 페르난데스가 홈런 개수를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2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며 벼르고 있다.

2번타순에서의 활약도 좋았지만 페르난데스를 중심타순으로 돌리고 보다 다양한 2번타자들을 시험해보겠다는 게 두산의 구상이다. 김 감독은 “박건우를 2번에 쓸 수도 있고, 최주환도 2번 타순에서 좋았다. 페르난데스도 2번에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2번 정수빈’ 카드도 주목 받았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얼굴에 타구를 맞아 대만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허경민의 몸상태 및 타격 컨디션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

두산은 정규시즌에도 선발 라인업 카드를 교환하기 전까지 타순을 확정하지 않고 신중하게 타순을 결정하는 팀이었다. 두산의 1·2번 타순은 시즌 초반 변화무쌍하게 매경기 바뀔 가능성도 있다. 조합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뿐 아니라 최주환과 박건우는 중심 타순에 배치할 수 있을정도의 펀치력을 보유했다. 허경민과 정수빈을 테이블세터에 놓으면 테이블세터가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전통적인 기동력 야구를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상대 투수에 따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가지 예외를 소개했다. “작년에 박건우와 페르난데스를 나란히 1·2번에 배치했더니 둘다 공격적인 성향이 너무 강했다. 둘이 공 몇 개 안봤는데 타석이 끝났더라.” 껄껄 웃는 김태형 감독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미야자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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