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용찬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의 청백전 1회말 청팀 이용찬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은 스프링캠프 출발 전부터 선발 로테이션 윤곽을 사실상 확정했을 정도로 굳건한 선발진을 자랑한다. 이용찬(31)이 두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키는 데에도 이견은 없다.

개막시점은 오리무중이 됐지만, 2020시즌을 자존심 회복의 시기로 삼고자 하는 이용찬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이용찬은 “선발이라면 10승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올해는 특히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며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찬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마무리를 맡는 등 팀 마운드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활약했으나 개인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7승10패, 평균자책 4.07. 전반기의 부진을 후반기에 만회했으나 2018년 활약으로 올려놓았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해 이용찬은 15승3패, 평균자책 3.63을 기록하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야구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로 떠오르는 듯 했다.

이용찬은 “크게 애착이 가는 개인 기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승과 함께 로테이션 풀타임 소화를 올 시즌 목표로 내건 이유다. 10승이 2년전의 활약을 재현하는 것이라면, 풀타임 소화는 이용찬이 지난 2년간 달성하지 못했던 새로운 목표다. 커리어를 보내며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던 이용찬은, 15승을 올린 2018년에도 25경기에서 144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당시 이닝수는 지난해(148.1이닝)보다도 적었다. 이용찬은 “지난해에도, 그 전 해에도 시즌을 치르는 동안 로테이션을 빼먹었던 때가 있었다. 올해는 더 많이 출전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두산 이용찬이 지난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 윤승민 기자

 

그러면서 이용찬은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또다른 목표로 내걸었다. 여기에 바라는 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에서 선발투수로 제 몫을 하는 것. 이용찬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따내며 제 몫을 했지만 2018년 SK와의 시리즈에선 선발로 부진했던 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당시 이용찬은 3차전 선발등판해 6.2이닝을 투구했지만 1회부터 3점홈런을 맞고 4실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6차전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렸지만 등에 담이 걸려 1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용찬의 한국시리즈 선발승은 아직 없다.

이용찬은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랐을 때, 제게 ‘다시 뒤에서 던지라’고 한다면 그대로 할 것”이라면서도 “올 시즌을 선발로 잘 보내면 한국시리즈에 올라도 선발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다시 오르는 게 선결과제지만, 이용찬은 자신이 조금 더 분발한다면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두산이 다시 정상에 가까이 갈 것이라 믿고 있다.

개막 일정이 불분명한 상태라 이용찬에게도 몸만들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는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이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용찬은 지난달 25일 일본 미야자키 캠프 중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서 2이닝 5실점이라는 불안한 결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후 청백전에서는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16일 잠실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는 2이닝동안 38구를 던져 2안타 1삼진 무실점했다. 최고구속은 시속 141㎞에 그쳤지만 쌀쌀한 날씨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커브·슬라이더·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시험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용찬은 “지금은 다양한 시도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다. 미야자키 캠프 초반보다는 몸상태가 많이 올라왔다”며 “같은 팀 선수들과의 청백전이라도 과감하게 승부하면서 제 공이 어떤지를 더욱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레이닝 코치님들의 도움으로 몸을 잘 만들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FA라는게 아직 실감은 안나지만, 분명한 건 지난해보다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이라며 각오를 되새겼다.

잠실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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