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7일][스경X현장]하주석·김태균 ‘자존심 회복’ 맹타…그래도 벤치는 걱정

한화 김태균이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엄지 척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가 국내 첫 청백전부터 매섭게 돌았다. 다만 기약없는 개막에 벤치의 고심은 풀리지 않았다.

한화는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국내 복귀 첫 청백전을 치렀다. 7회까지 진행된 경기에 여러 타자들이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청·백팀 도합 24개의 안타가 나왔다. 청팀이 7-3으로 백팀을 이겼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거의 치르지 못한 유격수 하주석이 이날 4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청팀의 2번·유격수로 선발출전한 하주석은 1회 2루타-2회 3루타에 이어 4회 네번째 타석에서 단타를 차례대로 기록했다. 1·2회 기록한 장타는 모두 타점으로 연결됐다. 수비에서의 움직임도 좋았다. 7회초 수비 때 느리게 유격수 앞으로 향한 땅볼을 전진하며 잡아 2루에 토스하는 플레이로 부상 재발에 대한 우려를 씻었다.

청팀의 4번·1루수로 출전한 김태균도 2타수 2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두번째 타석에서 3루수 옆을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좌익선상 2루타를 치고 출루한 뒤, 다음타자 최진행의 우익수 깊숙한 뜬공 때 3루까지 재빠르게 내달리는 플레이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1년짜리 FA 계약을 맺고 부활을 다짐했던 김태균이 첫 청백전부터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올 시즌 새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외야 경쟁에 나선 두 타자들도 나란히 2안타를 기록했다. 청팀 7번·좌익수로 출전한 김문호는 4타수 2안타를, 백팀 3번·우익수로 출전한 정진호는 3타수 2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김문호는 1루수, 정진호는 좌익수로 경기 중간 포지션을 바꾸며 멀티 포지션에 대한 감을 익혔다. 또다른 외야 경쟁자인 최진행도 청팀 5번·지명타자로 출전해 7회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 홈런을 쳐 다가오는 시즌을 기대케했다. 선수들은 안타를 치고 출루할 때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약속한 ‘엄지 척’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마운드에서는 잠재적인 선발 경쟁자들이 시험등판을 했다. 백팀 선발로 나선 신인 남지민이 3이닝 동안 57구를 던져 안타 9개를 맞고 5점을 내줬다. 청팀 선발 김진영도 3이닝 동안 60구를 투구해 6안타 2실점했다. 이어 청팀엔 김이환, 백팀에 임준섭이 각각 두번째 투수로 나서 2이닝씩을 소화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경기 후 “투수들은 아직 더 경험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자기 공을 뿌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불투명한 개막 시기에 따라 투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할 수 없는 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감독은 “개막 시기를 봐가면서 훈련 스케줄을 짜야한다. 선발 후보를 정하는 일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야수들을 포함한 선수단 전체의 컨디션에 대해서는 “다들 준비 잘 됐고 당장 경기해도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막이 언제될지 알 수 없으니 컨디션 조절하기가 어렵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주전 선수들의 출전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개막 시기를 알 수 없어 주전 선수들을 일찍 빼는 식으로 기용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 선수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치렀다. 투수들과 포수들을 뺀 야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에 나서 수비를 했고 마스크를 쓴 채 타석에 섰다. 키움과 두산, SK와 NC가 코로나19 의심증상자 및 확진자 때문에 훈련을 일시중단한 여파가 대전에서도 느껴지는 듯 했다.

대전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