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 연합뉴스
최소 2년이라는 기간이 보장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한화 이용규(34)가 정규시즌 개막을 약 일주일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한화는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보내는 강경 대응에 나선 한편 향후 조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용규가 당초 바라던 바는 다른 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어 뛰는 것이다. 이용규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출전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팀에 이적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나머지 9개 팀의 외야 구성을 보면 이용규가 선명한 입지를 갖고 차지할 만한 자리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SK와 두산을 비롯해 상위팀 키움과 KIA의 외야진 구성은 완료됐다. 두산은 김재환-정수빈-박건우로 이어지는 외야 구성을 정규시즌에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SK는 지난해 우승 주역 김강민-한동민에 정진기, 정의윤 등 기존 자원과 배영섭, 고종욱 등 영입자원들이 경쟁하게 된다. 키움 역시 이정후-임병욱-제리 샌즈가 주전으로 나서고 김규민이 뒤를 받친다. KIA 역시 최형우-제러미 해즐베이커-이명기로 외야진이 꾸려졌다. 최형우나 이명기의 수비력이 상위급은 아니지만 타선을 구성할 때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롯데와 LG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이 좌절됐지만 외야진만큼은 탄탄하다. 롯데는 전준우-민병헌-손아섭 등 2명의 FA, 1명의 예비 FA로 화려한 외야를 꾸렸다. LG는 김현수-이형종-채은성의 외야가 모두 장타력을 갖췄고 이천웅도 백업으로만 두기엔 아까운 자원이다. 삼성은 김헌곤-박해민-구자욱의 주전 외야수 외에도 베테랑 박한이가 건재하고 거포 김동엽은 수비가 약하긴 하지만 외야투입이 가능하다.
남은 건 지난해 나란히 9·10위를 기록한 KT와 NC 정도다. NC는 권희동-김성욱-나성범으로 주전 외야진을 꾸릴 생각이었으나 나성범이 옆구리 근육 파열로 개막 후 2~3주 가량 출전이 불발됐다. 다만 NC는 외국인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를 시범경기 때 외야수로 출전시키며 기존 자원으로 나성범 공백을 막으려 구상하고 있다. KT의 경우 멜 로하스 주니어가 중견수로 나서는 가운데 강백호-유한준이 번갈아 맡을 우익수 자리 외에 좌익수 자리가 헐거워 보여 그나마 틈이 있는 편이다. 다만 지난해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왕 출신 김민혁에 이대형, 송민섭 등 예비 자원의 수가 적지는 않다.
지난해 타율 2할9푼3리에 도루도 30개 기록한 이용규의 기량이 다른 팀 외야수들과의 경쟁에서 못이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연봉을 고려하면 이용규 영입의 효율성은 구단들에게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용규가 FA 한파 속에 기존 FA들보다 적은 연봉을 보장받았다고는 하나 그의 연봉 4억원은 시즌 외야수로 등록된 국내 타자들 중 공동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외야수로 등록했을 뿐 주로 지명타자 출전이 예상되는 박용택(LG), 나지완(KIA) 등을 빼면 국내 외야수들 중 열손가락 안에 든다.
이용규가 한화와의 FA 계약을 해지하고 몸값을 낮춰 다른 팀에 가는 방법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가 언제든 계약을 깨고 다른 팀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례가 없던 데다가, 다년 계약의 효력이 어느 한쪽의 요청에 의해 언제든 무효화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다면 구단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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